“강금원씨는 盧대통령 재정특보냐” 野 공세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8시 47분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16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웃는 표정으로 귀가하고 있다. -연합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16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웃는 표정으로 귀가하고 있다. -연합
열린우리당이 연일 민주당의 ‘후원금 증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6일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강금원(姜錦遠) 부산 창신섬유 회장까지 ‘300억원 증발설’을 언급했다.

우리당 정대철(鄭大哲) 상임고문이 최근 “사라졌다”고 언급한 민주당 후원금 200억원보다 100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이 때문에 △강 회장은 어떻게 민주당 재정 사정을 자세히 전해 듣게 됐는지 △후원금을 누군가 횡령한 것인지 아니면 회계장부상의 문제인지 △그 규모는 얼마인지 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에 20억원을 지원하고 장수천 채무변제를 위해 9억5000만원을 빌려주기도 했다는 강 회장은 노 대통령한테 직접 들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검찰 조사 후 “노 대통령이 민주당 장부에 300억원이 남아 있지만 실제 금고는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썩어빠진 관행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시 돈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선을 포함해 각종 선거 때 후원금 법정한도액을 넘어 돈을 갖다 쓰다 보니 장부상으로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누적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거듭 해명하면서 다시 노 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눴다.

김재두(金在斗) 부대변인은 “강씨가 노 대통령의 재정담당특보냐 대변인이냐”고 비난한 뒤 “강씨 주장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노 캠프의 모든 금전 출납 상황뿐 아니라 후보가 된 직후부터는 민주당의 재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게 된다”고 주장했다.

즉, 지난 대선 때 노 캠프가 기업들에서 거둬들인 합법 불법자금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이 전모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공격인 셈이다. 민주당은 노 대통령 측근인 ‘강금원-선봉술-최도술’ 3인이 벌인 돈거래는 결국 SK비자금 등 불법자금들로 이뤄진 ‘검은 거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300억원 증발설’에 대해 민주당의 해명을 촉구하면서도 “노 대통령이 엄청난 사실을 알고도 숨겨 왔다니 놀랍다”고 말하는 등 노 대통령과 우리당에 직접적인 공세의 초점을 맞췄다.

한편 우리당측은 장부상으로는 후원회에서 중앙당으로 지난해 400억원이 전달된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 당에 들어온 돈은 수십억원 정도에 불과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기업 등에서 거둔 것으로 적혀 있는 후원금 153억원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대선 전 민주당 계보 양태를 보면 후원회에 들어온 돈이 보스의 계보 관리에 이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면서 횡령 또는 착복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재정담당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얘기다. 이전의 누적 적자를 회계상으로 정리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그동안 외부에서 빚진 돈까지 대선 전에 일괄 정리하려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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