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돌탑 쌓으며 희망 쌓아요"

  • 입력 2003년 11월 16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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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에 꿈과 희망을…’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인 전남 장흥군 대덕읍 천관산(해발 723m).

산 아래 남쪽 계곡에서 중턱의 탑산사에 이르는 3km 등산로에는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쌓은 600여개의 돌탑이 주변 풍광과 어울려 독특한 멋을 풍긴다.

그리 크지 않지만 둥그렇거나 밋밋하게 쌓아 올린 것에서부터 삼각탑, 사각탑, 배(船)를 본뜬 탑, 사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탑까지 갖가지 모양의 돌탑이 등산객을 반긴다.

이 돌탑은 명산이면서도 기암괴석 외에는 이렇다할 볼거리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대덕읍 주민들이 3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것.

읍사무소에서 아이디어를 내자 29개 마을 주민들과 각종 기관, 사회단체, 학교 등이 먼저 참여했다. 산에 널려진 돌을 주워 한곳에 모아 두었다가 짬짬이 탑을 쌓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동창회나 향우회, 산악회 등 각종 모임에서 회원들의 합격 승진 등 경사스런 일이 있을 때면 탑을 쌓고 사연을 기록하면서 범 읍민운동으로 확산됐다.

덕촌마을 김영택씨(45)는 “처음에는 ‘왜 하필이면 품을 많이 파는 돌탑이냐’며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장단을 중심으로 탑을 하나 둘씩 쌓아가고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아 전 주민들이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문인들을 많이 배출한 고향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천관산에 아담한 문학공원도 조성했다.

탑산사 주차장 위쪽에 높이 15m, 폭 9m 규모로 문탑(文塔)을 세우고 송기숙, 한승원, 이청준 등 장흥 출신의 문인을 비롯해 안병욱, 박범신, 문병란, 구상 등 국내 유명 문인 39명의 작품과 육필원고, 연보를 캡슐로 제작해 보관하고 있다.

문탑 주변에 늘어선 54개의 문학비에는 문인들의 육필원고 중 대표 작품을 선정해 천관산에서 나는 자연석에 글씨를 새겨 넣었다.

주민들의 이 같은 노력으로 ‘돌탑 쌓기와 문학공원’은 지난해 행정자치부와 경실련이 주관한 제2회 지방자치단체 개혁 박람회에서 문화관광부문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흥군 문화관광과 한봉준 과장은 “현재 600개인 돌탑을 1000개로 늘려 문학이 숨쉬는 돌탑공원을 만들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관광객이나 연인 등이 직접 돌탑을 쌓고 사연을 새기는 체험 이벤트를 상설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흥=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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