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급식차가 교실에 도착하고 음식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호기심은 절정에 이른다. 동작이 빠른 아이들은 어느새 급식차 주위에 모여들어 오늘 반찬이 뭔지, 오늘 국거리가 뭔지를 미리 확인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알려주느라 또 한바탕 법석을 떤다.
“선생님, 어서 식사하셔야죠.” 수업 뒷정리를 하느라 미처 다가서지 못한 선생님에 대한 아이들의 배려다. 이럴 때 아이들이 정말 예쁘고 고맙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교실 바닥에 국물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분명히 우리 반 누군가의 실수일 텐데 점심을 다 먹도록 치우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 국물 흘린 사람이 누구예요?” 평소 장난을 좋아하고 잘 웃는 남자 아이 ‘재형’이가 나왔다. “선생님, 제가 흘렸는데 미처 치우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한 경위는 알 수 없었지만 ‘죄송하다’는 ‘재형’이의 대답 자체가 고마웠다. 이럴 때 그 경위를 더 물어 무엇 하겠는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알고, 그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아이의 그 순수한 마음이 고마웠던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들 한다. 실수를 저지르고도, 법을 어기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목소리만 크니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한탄스럽기도 하다. 필자는 그날 우리 반 아이들에게 ‘재형’이의 예를 빌려 평소에 하고 싶던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란다. 하지만 그 실수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두 번 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고 명랑한 사회, 살기 좋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 새겨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송철주 서울 중계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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