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정연홍/농촌 쓰레기 무조건 태우다니…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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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홍
최근 달포 동안 한반도의 가을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전국의 국도를 4000km 정도 달렸다. 아침저녁으로 농어촌 마을을 지날 때 쓰레기 태우는 매캐한 냄새로 기분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종량제 봉투에 처리해야 할 쓰레기가 커다란 드럼통에서 아무런 오염 방지장치 없이 그냥 태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음식점 슈퍼마켓 공장 주유소 교회 절 학교 등 동네 전체가 불법소각장 같은 마을도 있었다. 농촌이라서 짚단이나 나뭇가지 등을 태우나보다 하겠지만, 실제로 가 보면 폐비닐과 합성수지제품 등이 더 많다. 조립식 창고를 짓고 남은 엄청난 양의 스티로폼을 태우는 농부를 보기도 했다. 음식찌꺼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쓰레기를 불법 소각하는 것이다. 그 재는 무단으로 방치하거나, 논밭에 거름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쓰레기문제해결을 위한 시민협의회’의 설문조사 결과 농가의 90%가 소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 소각 행위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응답한 농민이 68%였다. 86%의 농민은 소각 후 바닥재를 거름으로 사용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무단소각이 대기오염뿐 아니라 토양과 작물오염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활쓰레기의 불법 소각은 인체에 치명적 해를 끼치는 환경호르몬을 다량 발생시킨다. 쓰레기 소각에서 나오는 바닥재와 비산(飛散)재에 인체유해물질인 납 수은 카드뮴 환경호르몬 다이옥신 등이 다량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불법 소각 때 발생한 비산재에는 소각장 비산재에 비해 납이 20배, 수은이 21배, 카드뮴이 706배, 다이옥신이 1만배나 많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생긴 오염물질은 공기를 타고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되고, 방치된 재는 빗물을 통해 강과 바다로 흘러간다.

재앙은 이미 시작됐다. ‘죽음의 재’인 다이옥신으로 연안의 연체생물은 양성화(兩性化)하고 있다. 한국인의 모유 속에는 다이옥신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언제까지 불법 소각의 천국에서 살아야 하는가. 농촌 쓰레기 수거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관련 법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 농민의 의식을 바꾸기 위한 교육 홍보작업도 필요하다.

정연홍 환경운동연합 회원·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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