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신혜인, 여자농구에 활력소 될까’와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신문을 장식했다. 10대들은 얼짱들을 닮고 싶어 하고, 그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경험한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나누는 화상 채팅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 특히 10대 네티즌들은 디카(디지털카메라), 폰카(휴대전화카메라) 열풍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얼짱이라는 이미지 문화 현상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얼짱 현상을 ‘신드롬’으로 키운 건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다. ‘얼짱 콘테스트’를 상설 이벤트로 열고, ‘얼굴이 가장 잘생긴 스포츠 스타 뽑기’ 투표를 한다. 아기 얼짱, 아줌마 얼짱도 뽑고, 동호회 회원들끼리 애견 얼짱 선발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인터넷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얼짱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다.
얼짱을 포함한 10대들의 ‘짱’ 문화는 원래 그렇게 획일적인 것이 아니었다. ‘짱’ 문화의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측면을 보자면 부끄럽게도 기성사회가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의 다양성을 10대들이 스스로 개척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놈은 멋있었다’의 작가 귀여니는 글짱이고, 아마추어 가수 김순년은 노래짱이다. 1인 미디어 세대인 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짱들을 만들어 냈고, 만들어 낼 것이다.
10대들에게 해방구로서의 인터넷은 그나마 자신들의 문화 다양성을 표출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그들은 어느 분야의 ‘짱’이 되고 싶어 한다. 이 점에서 얼짱 신드롬은 본질보다 부풀려진 것이다. 10대 문화에 기성매체들이 휘청거린 측면이 많다.
그 결과 10대의 다양성이 원천 봉쇄되고 있다. ‘얼짱 콘테스트’는 없애야 한다. 얼짱 신드롬의 상업성에 콩깍지 씌운 온라인 매체들은 이제 꺼풀을 벗어야 한다. 얼짱 문화를 10대에게 돌려주고, 이를 더 이상 왜곡하거나 부추기지 말기 바란다.
이강룡 웹칼럼니스트·서울 마포구 서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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