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 소속 문규현 신부와 주민 30여명이 집회를 시도했으나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날이 어두워지자 경찰 8000여명이 교차로와 골목 등 시내 곳곳에 배치돼 부안 읍내는 계엄 상황을 방불케 했다.
▽을씨년스러운 부안 읍내=오후 7시 부안읍 상설시장 골목에는 문을 연 상점이 10곳 중 3곳 정도밖에 안됐다. 차도 곳곳에는 타이어를 태운 흔적이 남아 있었고 미처 다 치우지 못한 유리 조각도 눈에 띄었다. 공사표지판이나 버스정류장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쓰인 ‘핵은 죽음’ 등의 낙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상설시장에서 군청으로 올라가는 골목은 불을 켠 집이 하나도 없어 사람 사는 거리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상설시장에서 ‘대길분식’을 운영하는 차모씨(52·여)는 “3개월째 장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며 “군수 하나 잘못 뽑아 이 고생을 한다”고 말했다. 오후 7시 이 분식점에는 손님이 1명도 없었다.
정지원양(16·부안여중 3년)은 “전경들이 너무 무섭다”며 “경찰들이 길을 막아 학원에서 집에 가려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깊어가는 불신과 갈등=대책위는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 방화를 자제해 주도록 주민에게 당부하고 있으나 성난 주민들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공권력에 의한 강경 대처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 “읍면 단위 대책위 조직을 정비해 게릴라성 시위를 계속하겠다”며 “만약 경찰이 폭력진압을 한다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 서재복씨(54·부안군 부안읍)는 “주민 투표 이야기는 당초 정부와 부안 군수가 먼저 제시한 것 아니냐”며 “주민들이 양보해 받아들인 연내 투표안을 이제 와서 갖가지 이유를 들어 거부하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당을 하는 김모씨(40)는 “4월에 주민 투표를 하자는 정부안은 홍보 기간을 벌자는 것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대응=경찰은 이날 야간 방화시위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경찰력을 75개 중대 8000여명으로 늘리고 이중 33개 중대 3500명을 면사무소 등 공공시설을 경비하기 위해 면지역까지 분산 배치했다.
경찰은 방어 위주에서 벗어나 도로 검문검색을 통해 시위자를 가려내는 등 적극적으로 시위에 대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부안읍으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에 경찰을 배치하고 조명차 살수차 등 진압장비와 고성능 카메라 등 채증 장비를 보강했다.
19일의 시위와 관련해 전북지방경찰청은 연행한 주민 20명 중 11명에 대해 폭력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 | ![]() ![]()
|
| |
![]()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