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방 ‘헌 수표’ 구입해 검은돈 전달

  • 입력 2003년 11월 22일 00시 44분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대선 때 정치권에 정치자금을 전달하기 전 금은방에서 현금을 헌 수표로 바꾸는 등 돈세탁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安大熙 검사장)는 최근 서울 시내 금은방 주인들을 잇달아 소환, 조사했다.

일부 기업이 이들 금은방에서 웃돈을 주고 고액의 헌 수표를 구입해 정치권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헌 수표를 구입해 간 기업과 액수 등을 조사하기 위한 것.

헌 수표란 한 차례 이상 사용돼 누군가의 이름이 배서돼 있는 수표를 말한다.

헌 수표에는 이미 다른 사람의 이름이 배서돼 있기 때문에 이를 다시 사용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헌 수표는 돈세탁을 위해 대표적으로 이용되는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보다 부피가 작고 사용이 간편해 비자금 조성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과거 검찰은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예산 불법선거 지원사건 수사 때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백화점을 통해 국고 수표를 헌 수표로 세탁한 뒤 강삼재(姜三載)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문효남(文孝男) 수사기획관은 “수사를 하다보면 금은방뿐 아니라 골프숍이나 고가의 의류매장 등에서도 헌 수표를 이용한 돈세탁을 종종 발견한다”며 “수사상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당첨된 로또복권을 돈세탁에 이용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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