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방폐장' 현장 민심은…]"투표땐 반대표" 88%

  • 입력 2003년 11월 23일 18시 24분


전북 부안군 부안읍 일대는 경찰의 야간집회 금지 조치 등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겉으로는 평온하다. 23일 ‘핵폐기장 반대’ 포스터가 붙은 부안터미널 인근 편의점 앞을 지나는 어린이들. -부안=강병기기자
전북 부안군 부안읍 일대는 경찰의 야간집회 금지 조치 등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겉으로는 평온하다. 23일 ‘핵폐기장 반대’ 포스터가 붙은 부안터미널 인근 편의점 앞을 지나는 어린이들. -부안=강병기기자
《핵 폐기장 건설을 둘러싸고 정부와 주민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전북 부안군에서 올해 안에 주민투표가 실시되면 88.3%의 주민이 반대 쪽에 표를 던질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본보 취재팀이 만 16세 이상 부안 지역 주민 111명을 직접 방문해 설문조사한 결과다.》

본보 취재팀은 22일 △부안읍 상설시장과 터미널 △부안성모병원 인근 △변산면 터미널과 격포항 인근 △진서면 곰소터미널 인근 등 부안군 각지에서 직접 길가 상점 등을 방문해 10개 문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집회 장소는 피했다. 조사에 응한 주민 111명 가운데 20명(18%)은 집회에 참가한 적이 없거나 37명(33.3%)은 촛불집회 참석일이 30일 미만인 사람들이었다.

▽‘핵 폐기장 유치 반대’=주민 111명 가운데 연내 주민투표를 할 경우 유치에 반대하겠다는 응답자가 98명(88.3%)으로 압도적이었다. 찬성 의견은 4명(3.6%)에 불과했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7명(6.3%), 미응답이 2명(1.8%)이었다.

주민들은 반대 이유로 ‘군수의 단독 유치 결정 등 절차상 문제’(35.7%)를 가장 많이 들었으며 이어 ‘방사성 폐기물이 주민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32.7%),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관광산업 타격 등 피해’(24.5%)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찬성하는 주민이 자기 의견을 밝힐 분위기가 아니다”는 박모씨(32·여·변산면)의 말처럼 이 문항에 답변을 거부하거나 아예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는 주민도 있었다.

▽‘주민 폭력은 정당’=19일 시위를 비롯한 최근 시위 폭력에 대해 ‘경찰 강경진압이 원인이며 주민 폭력은 정당했다’(74명, 66.7%)는 응답이 많았다. ‘경찰과 주민이 모두 문제’(14.4%)라거나 ‘주민 폭력이 경찰의 강경 진압을 유도했다’(7.2%)고 보는 주민은 5명 가운데 1명 수준이었다.

경찰의 야간집회 원천봉쇄 방침에 대해 24명(21.6%)만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응답했을 뿐이며 앞으로도 계속 집회에 참가하겠다는 응답자가 80명(72.1%)이나 돼 부안 지역 시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치상태의 지속 기간에 대한 질문에서 ‘올해 안에 해결될 것’이라는 응답은 20명(18.0%)에 불과했으며, ‘모르겠다’는 응답이 43.2%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가장 비난을 받아야 할 인물 또는 단체로 김종규(金宗奎) 부안군수(48.6%), 노무현(盧武鉉) 대통령(22.5%), 핵 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6.3%), 한국수력원자력(5.4%), 경찰(0.9%) 등의 순으로 꼽았다.

▽‘계속되는 집회로 생계 곤란’=집회로 인한 생활 불편을 묻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 주민(46.8%)이 ‘참을 수 없을 정도’라고 답했다.

주관식으로 물어본 ‘집회가 계속되면서 가장 불편한 점’으로 주민들은 △생계 곤란 등 경제적 문제 29명(26.1%) △민심 불안 15명(13.5%) △경찰 강경 진압 9명(8.1%) △정신적 피해 6명(5.4%) △교통 문제 6명(5.4%) △군민 갈등 4명(3.6%) 등을 들었다.

오명연씨(27·상서면)는 “요새 주민들은 누군가 죽어야 끝난다는 말을 한다. 경찰이나 군민이 꼭 죽어야만 하느냐”면서 최근 사태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주민들은 ‘하고 싶은 말’로 “원래 조용하던 동네이니 다시 조용해졌으면 한다”는 등 조속한 사태 해결과 연내 주민투표 실시를 희망했다.

부안=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촛불집회 장소 옮겨 계속 ▼

전북 부안군 일대는 19일 폭력 시위 이후 소강상태에서 주민들의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핵 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와 주민 500여명은 경찰이 평소 집회 장소이던 부안수협 앞 야간집회를 4일째 봉쇄하자 22, 23일 잇따라 부안성당에서 집회를 가졌다.

대책위 김종성(金鍾成) 집행위원장은 “부안수협이 아닌 다른 장소를 찾아 집회를 계속하겠다”면서 “천주교 생명연대 소속 회원 500여명이 24일 부안을 방문하고 25일에는 부안주민 80여명이 상경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찰은 22일 부안군 읍면 단위 대책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각목과 쇠파이프 등 시위용품 2600여점을 압수했다.

한편 정영복(鄭永福·50) 위도지역발전협의회 회장은 23일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사자인 위도 주민을 배제한 채 논의 중인 주민투표에 반대한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실시 절차와 방법, 시기 등을 검토한 뒤에야 주민투표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2일에는 강인섭(姜仁燮) 의원 등 한나라당 국회의원 6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이 부안을 방문, 군과 대책위 관계자들을 만나 현지 실태를 조사했다.

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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