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수능]언어영역 복수정답 인정 검토중

  • 입력 2003년 11월 23일 23시 37분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 복수 정답을 인정하는 것을 수능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1994년 수능이 도입된 이후 복수 정답 시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평가원이 복수 정답을 인정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언어영역 짝수형 17번 문제에 대해 관련 학회에 내용 검토를 의뢰한 결과 일부 검토위원이 복수 정답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평가원에 따르면 이 문제의 검토를 의뢰받은 학회의 검토위원 7명 가운데 4명은 평가원이 제시한 3번이 정답이라고 했지만 2명은 3번과 5번이 모두 정답, 나머지 1명은 5번이 정답이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원은 학회로부터 이 같은 결과를 통보받고 복수정답을 인정하느냐 여부에 대해 몇 차례 검토회의를 가졌으며 24일 오전 최종 결론을 내린 뒤 교육인적자원부와 협의를 거쳐 이날 오후 2시 이에 대한 입장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평가원 내부에서도 복수 정답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어영역 짝수형 17번 문제는 시인 백석의 시 ‘고향’과 그리스 신화 ‘미노토르의 미궁’을 지문으로 제시한 뒤 ‘고향’에 등장하는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미노토르의 미궁’ 지문에서 찾는 문제다.

평가원은 정답을 3번 ‘미궁의 문’이라고 했지만 일부 교수와 수험생들은 5번 ‘실’이 정답이거나 둘 다 맞다며 이의를 제기해 왔다. 한 사설 입시기관은 이 문제를 80%가량의 수험생이 틀린 것으로 보고 있다.

평가원이 이 문제의 복수 정답을 인정할 경우 수능 재채점이 불가피해 수능의 공신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또 사회탐구 영역 등 현재 오답 및 복수 정답 시비가 제기되고 있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평가원 관계자는 “복수 정답을 인정하더라도 언어영역 OMR카드만 판독하면 되기 때문에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수능 성적 발표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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