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및 반포지구 주민들은 19일 서초구민회관에서 ‘반포지역에 대한 저밀도 아파트지구 재건축 심포지엄’을 열고 “(9·5대책은) 각 지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주민들은 만약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재건축을 전면 중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와 서울시는 “강남의 비정상적인 거래 형태와 수급불균형을 막기 위해선 꼭 필요한 대책”이라고 맞서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남의 집값을 잡아라=9·5대책의 핵심은 과밀억제권역의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는 총가구수의 60% 이상을 소형 평형(전용면적 25.7평 이하)으로 지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다 재건축 규모가 300가구를 넘으면 18평 이하가 20% 이상이 돼야 한다.
이 조치는 강남지역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재건축 아파트 투기를 잡기 위한 목적이었다. 재건축되면 강남의 15평짜리 아파트가 30∼40평형으로 바뀐다는 기대감에서 값이 6억원을 훌쩍 넘게 치솟은 비정상적인 가격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것.
현재 저밀도 아파트지구로 지정된 반포, 잠실, 청담·도곡, 암사·명일, 화곡 등 5개 지구의 재건축도 모두 이 규제에 해당된다.
▽지구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반포지구는 다른 4개 저밀도 아파트지구와 달리 가구당 평균 소유 토지면적이 매우 넓다. 다른 지역의 평균 면적은 19.5평인데 반포지구는 2배 가까이 되는 38평.
문제는 건교부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에서 재건축 허용 가구 수를 현재(9020가구)보다 42.1% 늘어난 1만2818가구까지로 묶어버린 것. 이 상태에서 소형 평형 비율을 맞추다 보면 나머지는 54평 이상의 대형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반포지구측의 주장이다.
서초구 강맹훈 건축과장은 “이럴 경우 30∼40평 정도의 중형 아파트는 없고 소형과 대형만이 있는 양극화된 아파트단지가 될 것”이라며 “가구 수를 늘려 주든지 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대심리가 투기를 불러왔다=서울시 주택기획과 관계자는 “개별 지구의 특성과 불만을 모두 고려하다가는 주택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형평성 측면에서 한 곳만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도 “재개발만 하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이번 조치로 투자자들이 된서리를 맞은 셈”이라면서 “소형 평형 의무비율은 물론 조합원 지분 전매 금지도 상당히 불만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교부 수도권계획과 관계자는 “서울시가 주민과 협의해 가구 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면 다시 검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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