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 관리 '0점'"…서울大출신 58%…38%은 "2년연속"

  • 입력 2003년 11월 27일 18시 23분


윤덕홍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수능시험과 관련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수능시험 파문에 대해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안철민기자
윤덕홍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수능시험과 관련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수능시험 파문에 대해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안철민기자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나돌던 온갖 의혹과 논란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허술한 시험관리 시스템에서 비롯됐음이 교육인적자원부의 진상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능 시스템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해졌으며 출제위원 선정 및 문항 오류 시정을 위한 제도 보완 등 재발 방지책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올해 수능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잇따르자 17일 국무총리의 지시로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9일 동안 평가원의 수능 출제 관리 업무를 조사했다.

▽출제위원의 학맥 편중=2004학년도 수능 출제위원 156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자가 90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서울대 사범대 출신자는 65명으로 전체 출제위원의 42%를 차지했다. 교육부는 출제위원 선정이 학맥을 중심으로 한 ‘알음알음’ 추천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출제위원 추천심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등 출제위원 자격에 대한 사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원 강의 경력이 있어 문제가 된 P씨 역시 같은 대학 출신의 수능 기획위원이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올 수능 출제위원 가운데 4회 이상 출제에 참여한 사람이 14명에 달했으며 5회 이상 6명, 6회 이상은 2명이었다. 8회나 참여한 사람도 한명 있었다. 2년 연속 참여한 출제위원은 38명이었다.

▽출제위원 도덕적 해이=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교사 33명 가운데 23명이 수능 문제지나 참고서를 집필한 경력이 있으며 평가원 직원 한명도 수능 문제지 집필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의 일부 지문이 시중에 출판된 참고서와 유사하다는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영역별 출제위원 전원이 합의해야 지문과 문항이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 출제위원이 자신의 의도대로 지문이나 문항을 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제위원의 지문 제시 및 문항개발 과정에 별도의 검증장치가 없고 검토위원의 검토기간도 충분치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출제관리 개선기획단' 구성키로▼

▽개선책=교육부는 국무총리실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출제위원 선정과 복수정답 시비, 유사지문 논란 등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무총리의 특별지시로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수능출제관리개선기획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개선기획단 산하에 설치되는 ‘출제위원선정개선위원회’(위원장 이종재 한국교육개발원장)와 ‘출제체제개선위원회’(위원장 최운실 아주대 교수)가 내년 3월까지 수능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들 위원회는 △출제위원 선정 과정의 투명성 및 검증체제 강화 △출제위원 풀(pool)의 다변화 △문항 정답에 대한 사전 검토 △문항 이의제기 기간 설정 △수능채점위원회 기능 강화 등 사후 검증장치 보완 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는 진상조사에서 출제위원 선정 과정의 의혹과 명단유출 논란, 복수정답 인정 과정의 타당성 등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진상조사가 ‘비난여론 무마’를 위한 조사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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