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노동부에 따르면 세계은행그룹(World Bank Group)은 최근 펴낸 ‘2004년 기업경영’에서 OECD 회원국 가운데 아이슬란드와 룩셈부르크를 뺀 29개국의 고용 관련법을 비교 분석해 한국을 비정규직 채용이 쉬운 나라 2위에 올려놓았다.
이는 국내 비정규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간제(계약직) 근로를 규정한 법에 사유나 계약기간 등의 조항이 없어 사용자가 사실상 무제한으로 기간제 근로자를 쓸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정규직 채용이 어려운 정도를 점수화하면 한국은 33점(비정규직 채용이 불가능하면 100점)으로 체코(17점)에 이어 미국 덴마크 영국 등 11개국과 함께 두 번째로 점수가 낮았다.
29개국 전체 평균지수는 49점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비정규직 채용이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멕시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은 기업이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것이 어려운 나라로 분류됐다.
한편 근로자 해고가 가장 쉬운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등이었으며 어려운 나라는 포르투갈 러시아 멕시코 등의 순이었다.
한국은 해고가 어려운 정도를 점수화했을 때 32점으로 12위에 올랐다. 이는 전체 평균 28점보다 높아 비교적 해고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해고와 관련해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으며 30일 전까지 예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를 정리해고 할 때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대표기구에 6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히 협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밖에 근로시간, 유급휴가, 최저임금 등 근로조건 규제에 대한 평가에서 한국은 헝가리 폴란드 터키 벨기에 슬로바키아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이는 근로조건에 대한 정부의 법 규제가 강해 상대적으로 민간부문의 자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계은행그룹은 고용규제에 관한 3개 부문을 종합한 결과 한국의 규제가 29개국 가운데 13번째로 엄격하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그룹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개발협회(IDA), 국제금융공사(IFC),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ICSID) 등을 합쳐 부르는 명칭이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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