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1차단속 1473명 적발…엇갈린 평가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8시 12분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법무부와 경찰의 1차 합동단속이 지난달 28일로 끝났으나 그 성과와 전망에 대해 정부와 민간단체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토·일요일을 제외하고 10일 동안 실시한 이번 합동단속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1223명, 고용주 250명 등 1473명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정부는 이달 8∼19일 2차 합동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이벤트식의 단속이 당국의 의지를 의심하게 하고 불법체류를 오히려 조장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압박에 성공했다”=정부는 이번 단속이 성공적이었다는 분위기다. 1300명 정도를 검거하겠다는 목표치를 달성했고, 경기 안산이나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등 외국인 거주지역이 한산해질 정도로 충분한 ‘압박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 우려했던 단속 과정에서의 인권탄압 시비도 없었다.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문화춘(文化春) 과장은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불법체류하는 것은 힘들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고 말했다.

법무부측은 3월 말 현재 11만6000여명으로 추산되던 출국 대상 불법체류자 중 1만3000여명이 9월부터 단속이 시작된 17일 이전까지 자진출국한 것도 단속의 사전효과로 꼽았다.

지난달 28일 영등포역 부근에서 만난 중국동포 조영현씨(50)는 “10월 10일 방문비자로 입국했는데 거리단속이 워낙 심해 불법체류는 엄두도 낼 수 없다”며 “3개월 뒤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없다”=그러나 단속을 각오한 외국인에게는 이번 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반론도 많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최의팔(崔毅八) 소장은 “1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불법체류 외국인 중 단속 후 자진출국한 사람은 3322명에 불과하다”며 “이는 구제신청을 포기한 외국인에게 단속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10여만명 전원을 검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1300명만 검거하겠다’고 한 단속계획이 자진출국을 유도하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최 소장은 “명동성당 등 농성장과 숙소 등은 단속 대상 지역에서 제외했는데도 외국인 4명이 자살한 것은 강력단속을 했을 때 일어날 엄청난 반발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가 단속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미한 단속으로 고용주와 외국인 노동자에게 ‘그냥 있어도 괜찮겠다’는 인식만 심어줬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양혜우(梁慧宇) 소장은 “정부가 유흥업소 순찰 중심으로 단속을 하면서 보호시설 수용 규모에 맞춘 수를 목표치로 정한 것처럼 보였다”며 “따라서 단속을 피해 숨었던 외국인들이 다시 공장으로 돌아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빈 자리를 한국인이 채우는 사례도 거의 없다. 지난달 24일에는 경남지역 중소기업체 대표 10여명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일하기를 꺼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며 정부에 탄원을 하기도 했다.

▽대안은 없나=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이면서 자진출국을 유도해야 한다”며 “제조업 부문 등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하되 불법체류자에게 자진출국하면 재입국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양 소장은 “제조업 부문을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 불법체류 문제를 뿌리뽑을 수 없다”며 “고용주 처벌을 강화해 인식을 바꾸는 한편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양지로 끌어낼 수 있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국내호적 있는 사람-가족 국적회복신청 받기로▼

법무부는 중국동포 등이 외국인 불법체류자라 해도 국내 호적에 이름이 남아 있는 사람과 그 가족에 대해서는 국적회복신청을 받아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호적을 갖고 있는 불법체류자들이 국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중국이나 러시아로 이주한 1세 동포 대부분이 호적제가 실시된 1922년 이전 이주했거나 북한이 고향인 경우도 많아 실제로 한국 국적을 회복하는 동포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에 단식농성을 했던 중국동포 중 ‘국내에 호적이 남아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청을 접수하더라도 호적의 진위 등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국적회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그동안 합법체류자 가운데 국내 호적자와 그 미혼자녀에 대해서만 국적회복신청을 받아왔다.

한편 국적회복을 요구하며 서울조선족교회 등 서울 시내 8개 교회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던 중국동포 2400여명이 지난달 29일 오후 농성을 해제했다. 서울조선족교회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날 오전 농성장을 방문해 중국동포 국적회복 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해결 노력을 약속하고 정부가 중국동포들의 요구안을 대부분 수용하는 양보안을 제시함에 따라 단식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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