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유학파라서 칭송받나요?”…고교생 토론대회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8시 31분


“조기유학만이 사람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은 아닙니다. 최고 위인으로 평가받는 세종대왕이 조기유학 다녀오셨나요? 이순신 장군이 조기유학 다녀와서 거북선 만들었습니까?”

“조기유학을 반대하시는 토론자께서는 이런 토론 처음 해보시죠? 만약 어렸을 때부터 생각하고 토론하는 선진국 수업을 받으셨다면 지금보다 훨씬 토론을 잘 하셨을 텐데요.”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꼭 큰 돈 써가며 조기유학을 가야 하나요. 그거야 말로 ‘더운 날씨에 입을 반팔 옷도 없으면서 겨울코트를 사는 격’입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한양대 한 강의실. 단청한 차림의 고등학생 4명이 심사위원들 앞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한양대가 개최한 ‘제1회 전국 고등학생 토론대회’ 본선. 전날 예선을 거쳐 올라온 8개팀 16명이 ‘조기유학’을 주제로 찬성과 반대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날 행사는 한양대가 고교생의 쓰기와 말하기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논리적 사고를 토대로 한 건전한 토론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개최한 대회. 정치인들의 TV 토론에서나 볼 수 있는 엄격한 발표 시간제한 속에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졌다.

기조 발제를 낭독할 때만 해도 참가자들은 준비해온 자료를 그저 또렷이 읽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고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기상천외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공방전은 토론시간이 끝나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토론을 마친 학생들은 “어휴, 왜 이렇게 잘 해요” “아까 정말 진땀 흘렸어요”라며 서로를 추켜세웠다.

이틀 동안 진행된 이번 토론대회에서는 서울고 주병창-김기홍군 팀이 금상(장학금 100만원)을, 동명여고 조가영-임소연양 팀이 은상(장학금 60만원)을 수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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