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권침해 배상 판결…서울고법 “재산-정신적피해 위자료 줘야”

  • 입력 2003년 12월 1일 06시 58분


집 주변의 하늘과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권리인 ‘조망권(眺望權)’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면 이로 인한 집값 하락 등 재산상 피해는 물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또 일조권 침해 정도가 현행 대법원의 판례상 면책 기준 내에 든다고 해도 조망권이나 일조시간 감소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인(受忍)한도’(사회 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면 역시 배상해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서울고법 민사23부(김경종·金敬鍾 부장판사)는 10월 29일 윤모씨 등 서울 구로구 고척동 주민 31명이 조망권과 일조권 등 침해를 이유로 ㈜대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윤씨 등 29명에게 100만∼800여만원씩 모두 1억64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재판부와 원고측 변호인이 3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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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망-통풍 환경권 폭넓게 인정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은 대우아파트 건축 이후 주택의 천공률(天空率·하늘이 보이는 비율)이 현저히 낮아지는 등 수인한도를 넘어선 조망권 제한으로 피해를 본 점이 인정되는 만큼 피고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일조권 침해 여부는 단순히 일조시간뿐 아니라 조망권과 일사량, 통풍권 등을 상당히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원고들은 급격한 일사량 및 일조시간 감소와 갑작스러운 조망권 악화 등으로 큰 고통을 받은 만큼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시행사인 주택조합의 요구에 따라 공사를 이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설계 변경에서 시공 전반에 이르기까지 주도적 역할을 한 만큼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조망권이 침해된다며 피해주민이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이 중 일부가 받아들여진 적은 있지만 모두 중간에 합의를 봤기 때문에 본안소송을 통해 별도의 권리로 다툼을 벌여 받아들여진 적은 없다.

㈜대우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즉각 상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주목된다.

일조권과 관련해 현행 대법원 판례는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9시∼오후 3시에 일조시간이 연속 2시간, 또는 오전 8시∼오후 4시에 통산 4시간 이상 확보되지 않는 경우만을 일조권 침해로 인정해 왔다.

㈜대우는 1995년 고척동 서림아파트재건축조합으로부터 아파트 재건축 도급 공사를 맡아 1998년 20층 높이의 아파트 12동을 완공했다. 이후 이 아파트 북쪽 저지대 주택에 살고 있는 윤씨 등은 “5층에 불과했던 아파트가 재건축으로 크게 높아져 일조권과 조망권 등이 침해받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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