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골목에 발을 내딛자마자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경적을 울린다. 차가 지나가도록 몸을 비켜서니 몇 대의 차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간다. 양보 없이 밀려들어오는 그 차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가로질러가는 성미 급한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몇 걸음을 떼었을까. 갑자기 길이 막혀버렸다. 공사용 덤프트럭 한 대가 골목을 꽉 막은 채 주차해 있었다.
뒤따르던 트럭 운전사가 눌러대는 경적소리에 귀를 막고 한참을 서 있다가 하는 수 없이 몸을 최대한 얇게 만들어 트럭과 건물 사이의 틈을 겨우겨우 지났다. ‘찌∼익!’ 그만 코트 단추 하나가 떨어져 버렸다.
길 건너 쪽으로 가기 위해 멀리 떨어져 있는 육교를 건너고 또 지하도를 건너면서, 보행자보다 차를 위해 설계된 이 도시 구조에 은근히 짜증이 더해갔다. 기분을 바꿔 보려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로 그때, 갑자기 나타난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내 몸을 밀치듯 스쳐지나간다. 이곳은 분명 보행자를 위한 길이 아니었던가. 길 중간 중간에 적재돼 있는 쓰레기와 각종 물건들, 가로수에 기대어 세워둔 오토바이와 자전거, 인도에 주차해 놓은 자가용 승용차와 소형 화물차들, 식당 바깥에까지 늘어놓은 테이블과 의자들….
양심과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과 이를 방치해 두는 관계 공무원들에 의해 보행로는 오토바이 길로, 창고로, 쓰레기 적치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 장애물을 피하느라 사람들은 때로 차도로 걷고 있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보행로인가.
나는 걷고 싶다. 적어도 차도가 아닌 인도에서만이라도 차나 오토바이의 위협을 받지 않고, 어떠한 장애물의 방해도 받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천천히, 유쾌하게 걷고 싶다.
김경화 회사원·서울 강남구 삼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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