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나가 겐이치(富永 健一·72) 일본 도쿄(東京)대 명예교수는 최근 영남대에서 열린 ‘아시아와 한반도 평화’ 국제심포지엄에서 “한국인이 일본에 대해 갖는 증오심의 원인을 솔직하게 밝혀내고 두 나라가 다시 행복한(happy) 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은 고대 한국과 중국에서 벼농사 청동기 한자 불교 유학 등 거의 모든 선진 문물을 배웠습니다. 일본이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였지요. 그렇지만 이후 한국은 중국 러시아 일본의 방해로 자발적인 근대화를 이룰 수 없었어요. 한국 역사에서 불행한 시기죠.”
도미나가 교수는 “한국은 1876년 강화도조약을 계기로 일본과 미국 영국 독일 등에 문호를 개방하고 근대화를 위해 시작했으나 주변 국가들의 방해 때문에 1884년 김옥균 등이 주도한 갑신정변이 실패했다”며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하면서 한국은 스스로 근대화를 이룩해나갈 수 있는 힘을 잃었다”고 말했다.
“1937년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면서 한국인을 징병하고 일본군 위안부까지 전쟁터로 끌고 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인의 마음에 일본에 대한 강한 증오심이 싹텄을 것입니다. 민족적 자부심을 갖기 위해 일본에 대한 우월 의식도 나왔을 것이고요. 이제 한국과 일본 사이의 이같은 불행한 역사가 끝난 지 60년이 지났습니다. 3국이 옛날의 ‘깊은 우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2차 대전 이후 한국은 다시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고 남북분단으로 불행한 시기를 보낸데 비해 일본은 오히려 한국전쟁 특수로 경제성장을 이루는 등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며 “한국도 군사통치가 끝나고 정치적 현대화가 이룩된 만큼 이제 남북통일, 나아가 두 나라가 전통적인 친구 사이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 사이에 행복한 분위기가 퍼지고 있어요. 지난해 월드컵을 공동개최했고 한국 TV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영돼 시청률이 30%를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 대학생들이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하는 경우도 증가하고요. 김치 같은 한국음식도 일본에서 인기입니다. 두 나라의 신문과 TV가 서로의 일상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두 나라의 행복을 위한 첫 단계 아닐까요.”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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