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해 중형과 함께 청탁 대가로 받은 돈 전액에 대한 몰수 추징을 구형한 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햇볕정책’을 적극 추진했던 국민의 정부 최대 국책 사업인 대북 사업과 관련해 청탁과 함께 150억원이란 거액을 받은 것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을 보여주는 사례인 만큼 엄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게다가 국민의 정부 실세로 통하는 박 전 장관의 위치나 그가 반성의 기미 없이 뇌물 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다는 것.
이번 사건으로 정부의 대북 사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것도 검찰의 구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검찰이 논고문을 통해 “오로지 개인적 유흥비와 치부를 위해 거액을 쓰고도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돈을 전달한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을 오히려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행태에 가증스러움을 느낀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이 공무원의 뇌물 수수에 대한 새로운 양형기준을 마련해 부패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도 검찰의 구형에 영향을 줬다.
박 전 장관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150억원은 개인 뇌물로 역대 최고”라며 유죄인정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어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특가법상 뇌물은 ‘10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에 처하도록 돼 있어 유죄가 인정될 경우 박 전 장관에 대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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