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권한없는 부산항만공사

  • 입력 2003년 12월 2일 19시 02분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구속,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와 관련한 부산지역 인사들의 검찰 소환, 침체된 지역경제 등으로 부산이 뒤숭숭하다.

그런 가운데 그동안 국가에서 전적으로 관리해 오던 부산항의 업무를 자치시대에 걸맞게 내년 1월1일 새롭게 출범하는 부산항만공사(BPA)가 도맡게 돼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그러나 올해 5월 제정되고 11월29일 공포된 항만공사법과 시행령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부산시와 항만관련 단체는 연간 500억∼600억원에 달하는 선박, 화물, 입 출항료 등이 기획예산처의 제동으로 국고로 귀속되게 됐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29일 공포된 항만공사법 시행령에는 BPA 재정조달의 핵심이랄 수 있는 수역시설과 외곽시설, 임항교통시설 등의 사무가 BPA 업무에서 제외됨에 따라 선박입항료와 화물 입 출항료, 정박료, 수역이용료, 수역점용료 등을 징수할 수 없게 됐다.

이는 관련부처 및 부산시의 끈질긴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획예산처가 ‘부산항만에서 발생하는 잉여금을 시급한 타 항만 개발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징수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

실제로 BPA가 출범하는 내년 한 해 동안 1900여억원의 항만 관련 수입이 추정됐으나 이 업무가 제외됨으로써 500억∼600억원의 수입 결손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이럴 경우 기존 항만시설 관리에 어려움이 뒤따르고 인사와 재정의 완전한 독립을 통해 자치항만의 위치를 확보하려 했던 항만공사 설립 취지도 어긋난다는 게 지역 여론이다. 그래서 정부가 부산항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또 최근 해양수산부와 부산시가 실시한 BPA의 최고의결기구인 항만위원회 위원 선정 과정이 석연찮아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시는 공모에 응하지 않은 사단법인 한국국제해운대리점협회 회장을 항만이용자단체 대표로 선정한데 이어 해양부도 응모자가 아닌 인사 1명을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선정에서 탈락한 일부 응모자들은 “선정 과정에 형평성 뿐 아니라 절차상에도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달 19일경 대통령이 임명할 예정인 사장 후보 공모 결과도 국제적 감각과 항만경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별 잡음없이 선정될지 주목된다.

BPA는 궁극적으로 부산항을 세계 일류 항으로 만들기 위해 출범하는 기구다. 권한과 업무의 완전 이양은 물론 투명한 인사만이 이를 보장할 수 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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