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손녀 때문 가족 고통”…할머니가 극약 먹여 살해

  • 입력 2003년 12월 4일 00시 12분


경남 고성경찰서는 3일 장애가 심한 손녀 때문에 가족이 고통받는다며 손녀에게 극약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이모씨(78·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5일 오후 7시반경 고성군 거류면 막내아들 최모씨(38·중장비 기사) 집에서 최씨의 딸(10·특수학교 4학년)에게 극약을 먹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정신지체 1급장애아인 손녀가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워 대소변과 식사까지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데다 간질까지 앓아 아들 부부가 그동안 치료비로 4000여만원의 빚을 지는 등 어려움을 겪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농사를 짓는 큰아들(55) 집에서 살던 이씨는 올 들어 막내아들 부부가 맞벌이에 나서자 손녀 등을 돌봐주기 위해 함께 지내왔다.

이씨는 경찰에서 “7명의 아들딸 가운데 재작년까지 5남매를 사고와 질환으로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10년 전부터 극약을 보관해 왔다”며 “손녀와 함께 죽으려 했으나 극약이 모자라 죽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도 관절염 등 노환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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