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겨울엔 걸을 만하죠. 여름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거기에 지하철이 지나가면서 먼지라도 일으키고 나면 입안이 온통 시꺼멓게 변합니다.”
철길걷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9월 제 사장이 취임해 매주 금요일을 ‘안전의 날’로 정하면서부터였다. 금요일마다 오후에 철길을 걸으며 시민들을 안전하게 수송해 달라고 기원한 것. 실제로 제 사장의 철길걷기 이후 지하철의 기계 고장이 54%나 줄었다.
제 사장은 서울시 교통국장과 감사실장 시절에도 솔선수범하기로 유명했다. 워낙 꼼꼼한 데다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라 따르는 아랫사람도 많았다는 게 시 관계자의 귀띔.
제 사장의 ‘현장체험’은 단순히 철길걷기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철길을 걸으면서 철로 상태를 직원들과 꼼꼼히 체크했고, 지하철 운전법을 배우고 역사에서 표도 팔아 봤다.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필요한 것이 뭔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직원들의 요구가 충족될 때 시민들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가 나올 수 있거든요.”
제 사장의 철길걷기는 5일 지하철 5호선 방화역에서 드디어 끝을 맺는다. 일본 지하철에서 “일본 지하철 100년 역사에도 그런 일은 없었다”며 축하를 보내오기도 했다.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도 철길 점검은 계속할 겁니다. 안전한 지하철 운행만 계속된다면 이 정도 고생이야 아무 것도 아니죠.”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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