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욱회장 구속]대선자금 연루 정치인 처벌 가능성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51분


검찰이 4일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을 구속하고 이 회사 부회장 출신인 김성래씨를 소환한 것은 특검 실시 이전까지 썬앤문그룹 관련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검이 시작되기 전까지 최대한 강도 높게 수사를 함으로써 ‘부실수사’ ‘면피수사’였다는 비판을 잠재우겠다는 생각에서다.

이날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이 국회에서 재의결된 후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문 회장과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점 조사 대상은 △문 회장의 불법 대선자금 전달 의혹 △이광재(李光宰) 전 청와대국정상황실장의 비리 개입 의혹 △썬앤문그룹의 감세청탁 의혹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특히 검찰은 먼저 문 회장이 지난해 대선 당시 노 캠프와 한나라당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단서를 확보한 데다 이 부분은 특검의 수사 범위와 중첩되지 않기 때문에 특검 실시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미 문 회장에게서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받은 여야 정치인에 대한 기초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특검이 실시되기 전 썬앤문그룹의 대선자금 제공에 연루된 정치인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한나라당 등이 제기한 이 전 실장의 개입 의혹 등도 광범위하게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문 회장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기 양평군 TPC골프장 회원권을 담보로 농협중앙회 원효로지점에서 115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이 전 실장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실장은 김성래씨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로 지난해 6월 김씨에게서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녹취록에는 썬앤문그룹이 지난해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의 대선 외곽조직에 대선 자금으로 95억원을 건넸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어 진위가 밝혀질지도 관심거리다.

검찰은 그러나 아직까지 이 전 실장에 대한 구체적인 비리혐의가 포착된 것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썬앤문그룹의 감세 청탁과 관련해 권력의 실세와 유력 정치인이 수사 과정에서 등장할지도 관심거리다.

김성래씨는 1987년 민주자유당 충남 금산지구당 위원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세금을 깎은 공로로 이 회사의 부회장으로 올랐으나 문 회장측의 고발로 올해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구속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상대로 노 대통령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씨의 경기 용인 땅을 사들이면서 계약금과 중도금 등 19억원을 돌려받지 않은 경위도 조사 중이어서 측근비리 파문은 특검법안 재의결과 상관없이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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