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본보 취재팀이 노 대통령 취임 이후 11월 30일까지 일어난 농성을 모두 조사한 결과다. 농성은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 공식집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는 언론에 언급된 모든 농성을 검색, 모집단으로 사용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농성=조사 대상 기간(2월 25일∼11월 30일)인 279일 동안 모두 328건의 서로 다른 농성이 언론에 보도됐다. 하루 평균 1.18건, 즉 매일 한 건 이상 주목을 받는 농성이 발생한 셈.
328건 중 절반에 가까운 160건(48.8%)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반면 요구사항을 관철시킨 농성은 100건(30.5%)이었다. 68건(20.7%)은 아직 진행 중이거나 목적 달성 여부가 결정 나지 않은 경우.
대부분의 농성이 노조사무실 종교기관 등에서 진행됐으나 도로 점거, 상대방 사무실 점거 등 남에게 피해를 주는 과격 점거농성도 62건으로 전체의 약 5분의 1(18.9%)을 차지했다. 이들 과격 점거농성 중 절반이 넘는 35건(56.5%)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으며, 성공한 농성은 16건(25.8%)으로 조사됐다. 농성이 과격할수록 성공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셈이다.
▽실패한 농성=과격 점거농성 중 상당수가 정부의 강경대응을 불러 일으켰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농성이 더 과격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했다.
7월 19일 오전 2시40분경 경기 고양지역 회사택시 운전사 200여명이 일산시 마두동 중앙로 왕복 8차로를 택시 100여대로 가로막은 뒤 “경기지역에 와서 영업하는 서울택시들을 단속하라”며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경찰의 대응은 강경했다. 경찰은 택시 100여대를 모조리 견인하고 운전사 4명을 구속, 10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농성하던 택시운전사들은 경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우리 주장을 알릴 만큼 알렸으니 해산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물러서지 않았다. 즉흥적인 농성이 경찰의 강경대응을 유발한 대표적 사례다.
7월 18일에는 월남참전전우회 회원 260여명이 경기 안성휴게소 근처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베트남 파병자 명예회복과 국가유공자 대우 등을 요구하다 농성자 전원이 연행되고 6명이 구속됐다.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성공한 농성=10월 말 신용보증기금 감사에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모 은행 감사실장 출신 인사가 내정되자 신보 노조는 ‘낙하산인사’에 반대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 간부들이 노조 사무실에서 23일 동안 철야농성을 벌이며 자신들의 주장을 집요하게 경영진과 외부에 알려나감으로써 재정경제부가 결국 이를 수용했다. 이 농성 이후 재경부는 ‘감사 공모제’를 도입해 감사 임명 때 논란이 일어날 소지를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기도 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趙大燁) 교수는 “참여정부 들어 자기표현의 욕구가 확산되면서 농성이 크게 늘었지만 이것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장치가 없어 과격농성이 잦아졌다”며 “과격농성은 교섭의 여지를 줄여 상대방이 수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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