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인사는 9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처음부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 비리에만 얽매여 이 전 총재를 향한 검찰 수사의 편파성을 문제 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은 이 전 총재가 5일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최 대표를 찾았을 때부터 징후가 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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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당시 이 전 총재에게 “각종 명목으로 거둔 대선자금 총액이 도대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으나 이 전 총재는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이어 “우리도 정확한 대선자금 총액을 파악하고 있어야 대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이 전 총재에게 하소연했으며 이 전 총재는 “나로서도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다만 두 사람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대선자금) 수사를 하면 안 된다”며 검찰 수사가 형평성을 잃은 데 공감했다고 최 대표가 전했다.
그러나 최 대표 진영은 이 전 총재측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을 겨냥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발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반면 이 전 총재측은 최 대표측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계기로 당 내에서 ‘이회창 그림자’를 걷어내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특히 이 전 총재측은 서정우 전 법률고문이 체포되기 몇 주 전에 이미 한나라당 주변에 자금을 건넨 기업과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퍼져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최 대표 진영이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 것은 당내 이 전 총재 세력을 누르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미 지난주부터 서 전 고문과 이 전 총재의 또 다른 핵심측근에 대해 검찰이 출국 금지를 시켰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이 전 총재를 방문한 주진우(朱鎭旴) 전 총재비서실장은 “최근 이 전 총재의 자택을 찾는 의원들이 거의 없다”며 “염량세태(炎凉世態·권세가 있을 땐 아부하고 몰락하면 푸대접하는 세상)를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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