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특검 검토 배경]불안한 한나라…검찰에 ‘맞불카드’

  • 입력 2003년 12월 9일 18시 55분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가 9일 의원총회에서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서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당 지도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강력히 비판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가 9일 의원총회에서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서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당 지도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강력히 비판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이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에 이어 대선자금 특검 추진에 나선 것은 갈수록 한나라당을 압박해 들어오는 검찰수사를 견제하기 위한 ‘맞불전략’의 성격이 짙다.

특히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최측근인 서정우(徐廷友) 변호사가 8일 대선자금 수수혐의로 전격 체포된 것이 이 같은 강경대응을 초래한 기폭제가 됐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 박진(朴振)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은 9일 일제히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의 편파성을 지적하며 “검찰 수사가 끝난 뒤 특검에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중진 의원도 “서 변호사의 체포는 결국 이 전 총재를 겨냥하겠다는 얘기인 셈이다”며 “더 이상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한나라당이 더 큰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당내의 공감대”라고 한나라당이 느끼는 위기감을 전했다.

홍사덕(洪思德) 총무 역시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비상한 각오로 검찰의 편파 수사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대선자금 특검 추진 방침에 대해 측근비리 특검 재의 표결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한 한나라당이 총선까지 대여투쟁의 수위를 이어갈 압박카드가 필요했기 때문에 나온 전략적 카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마땅한 강경투쟁 대상을 찾지 못해 해체까지 거론됐던 당 비대위가 대선자금 특검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제 대선자금 전반에 대해 특검이 도입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당내 일각에서도 특검 도입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은 데다 대선자금 특검 추진의사를 밝혀온 민주당의 경우는 오히려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한 강도 높고 철저한 검찰수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 안팎에서는 자칫 대선자금에 대한 특검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외 협상창구인 홍 총무마저 “몸에 묻은 게 겨인지 아닌지 다투는 것도 이젠 지쳤다. 국민이 특검을 원하는지 심각하게 고뇌 중”이라고 밝혀 일단 여론의 향배를 지켜볼 것임을 암시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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