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경찰은 9일 오후 Y사와 김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압수된 회계장부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7차례에 걸쳐 전차 등 군 장비용 통신부품 납품에 편의를 봐달라며 이 전 소장에게 3400만원을 건넨 혐의다.
Y사는 1980년 설립됐으며 방위산업용 케이블 등을 생산해 군납 200억원을 포함, 연간 매출이 400여억원인 중견 방위산업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수사대상은 Y사를 포함해 △저고도 대공 화기인 오리콘포 사격통제장치 성능개량 사업체 H사 △아파치헬기 국내 에이전트 A사 등 모두 3개 업체로 확대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 전 소장의 검찰 송치일이 15일로 다가옴에 따라 이번주 중에는 이 전 소장을 상대로 차명계좌에 입금된 27억여원의 출처를 추궁하고, 드러난 비리 혐의를 마무리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군납업체들을 집중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무기 스캔들이냐" "개인 비리냐"▼
지난주 말부터 가속도가 붙은 경찰의 군납 비리 수사가 중요한 분기점에 다다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1998년 이후 추진된 군 무기사업 전반으로 확대되느냐, 아니면 개인비리 수준으로 마무리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국방품질관리소 이모 전 소장이 무기구매 실무책임자인 국방부 획득정책관으로 근무하던 1998년 4월부터 2001년 5월까지 추진된 군 무기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 전 소장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사업(신규사업 기준)은 50개 안팎, 사업비는 12조∼1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이 전 소장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27억여원이 이들 사업에 연관된 군납업체들로부터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자금추적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3개 업체 이외에 다른 군납업체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
특히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이들 업체가 또 다른 관계자에게 돈을 건넸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이 전 소장이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호남 군맥의 핵심인물인 만큼 상납 등의 연결고리를 찾아낼 경우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사건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의 수사단서는 이 전 소장의 차명계좌. 그러나 대부분의 자금이 현금으로 입출금된 데다 다른 입증자료는 찾아내지 못해 자금추적 등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직까지는 이 전 소장이 차명계좌의 돈을 부동산구입비 등 개인용도로 착복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상납 여부를 캐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수사가 내년 초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며 장기화를 시사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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