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산골학교 청송 진보초교 '탁구 명문' 부활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53분


쓰러지던 산골 학교 탁구팀이 동문과 주민의 힘으로 오뚜기처럼 일어섰다.

경북 청송군 진보면 진안리 진보초등학교(교장 김충구·金忠求) 탁구팀은 78년 창단 이후 한국 탁구의 꿈나무를 배출해온 탁구 명문학교였다.

하지만 86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마지막으로 비틀거리다 88년 끝내 팀이 해체됐다. 형편이 어려워 팀을 꾸려가기 어렵자 탁구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도 외면했다.

“어떻게 쌓아온 탁구명문인데…다시 살려내자”며 동문과 학부모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96년 다시 창단한 진보초교 탁구팀은 어머니 탁구교실을 마련하는 등 탁구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었다. 동문 130명이 모금을 펼쳤다. 1억원을 목표로 그동안 쌓인 성금은 4000여만원.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후원회장 오종환씨(48·54회 졸업생)는 1000만원을 내놨다. 오씨는 서울에서 대회가 열릴 때면 일을 제쳐놓고 후배 선수들을 뒷바라지했다.

‘진보탁구’가 살아난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6명에 불과했던 선수도 올해는 20명으로 늘어났다. 경북탁구협회와 학교측의 요청으로 5월 한국마사회 탁구단과 자매결연도 했다. 한국마사회 현정화 코치는 탁구용품 500만원어치를 차에 싣고 청송까지 내려와 아이들과 땀을 흘리며 고급기술을 가르쳤다.

진보탁구팀은 재창단 이후 문화관광부 전국탁구대회 단체3위 전국소년체육대회 은메달 마사회장배 전국초등탁구대회 단체3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회복하고 있다. 8월에는 대구경북 종별 탁구대회에서 단체우승을 차지했고 초등 국가대표까지 배출했다.

이 학교 탁구부 출신인 고외순(高外順·30)씨도 2000년 모교의 코치로 돌아왔다. 초등학생때 탁구 전국1등을 했던 고씨는 후배선수들과 땀을 흘린 뒤 목욕을 함께 하는 어머니 역할도 한다.

6년째 감독을 맡고 있는 김창덕(金昌德·33) 교사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선수가 많은데 마음 고생을 딛고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이 고맙다”며 “동계훈련을 열심히 해 내년에는 전국 50개 초등학교 탁구팀 가운데 최고가 되겠다”고 말했다.

청송=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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