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에 사는 회사원 이민철씨(39)는 회사에서 퇴근한 뒤 승용차를 몰고 동네에 들어서면 화가 치민다.
회식이나 별다른 모임이 없으면 대개 오후 8시경 집 근처에 도착하지만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30분 이상 동네를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차공간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아예 집에서 500m 이상 떨어진 대로변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귀가하기도 한다.
김씨는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내년에는 주차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상동으로 이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천지역은 주차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교통안전공단과 시민단체 등이 지난해 교통문화지수를 조사한 결과 인천은 100m당 불법 주정차 대수가 5.4대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다.
16개 시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부천은 불법 주정차 대수가 5.7대로 인천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천의 자동차등록대수는 지난해 12월말 현재 21만6110대로 1992년 이후 연평균 10%씩 늘어나고 있다. 시의 주차시설은 총 15만6937면으로 주차장 확보율은 72.6%이다. 서울과 6대 광역시의 평균(7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부천의 2002년 통계에 따르면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루어진 원미구는 주차장 확보율이 80%를 넘는 반면 옛 도심지인 소사구와 오정구는 각각 68.8%와 40.1%에 그치는 등 지역별 편차도 심하다.
주택가 이면도로에까지 불법주차 차량이 넘치면서 화재 등 긴급 상황이 생겼을 때 소방차나 앰뷸런스 등이 진입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시는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2001년 3월 도심 15곳의 노상주차장 320면을 대상으로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시행한데 이어 최근 45곳의 1470면을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매달 주차요금 3만원을 낸 뒤 주차공간을 할당받아도 다른 차량이 주차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 단속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돈만 낭비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시는 4월 경기개발연구원에 맡긴 주차종합계획 용역 결과가 나오면 주차장 공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 우의제 주차사업단장은 “국·공유지와 공원의 지하공간 등에 공영주차장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2013년까지 주차장 확보율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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