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대표는 “모든 것을 밝히고 수사에도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SK비자금 수수의 당사자이자 LG ‘차떼기’ 모금에도 관여한 최돈웅 의원은 검찰 출두를 미루고 있다. 당 재정국 실무자 3명은 잠적해 버렸다. 정확한 자금 규모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최 대표는 “500억원쯤 되는 것 같다”고 했는데 아직도 ‘쯤’이라고 해서야 국민이 수긍하기 어렵다. SK비자금 사건이 터진 지 벌써 50여일이 지났다. 의지만 있었다면 총액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시간 아닌가.
당 일각에서 나오는 얘기는 더 개탄스럽다. “1000억원이 넘는 안풍(安風), 세풍(稅風)도 이겨냈는데 단합하면 이쯤은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는데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것인가. 과거처럼 ‘야당 탄압’을 외치면서 장외투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정치보복으로 몰고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특검이 대통령 측근비리를 수사할 때까지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분노한 민심을 너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 와중에 또 무슨 개헌 타령인가. 2007년까지 분권형 대통령제로 권력 구조를 바꾸겠다는데 지금이 개헌을 들먹일 때인가. 공천 물갈이를 놓고 벌어지는 암투도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 대표의 대폭 물갈이 구상을 서청원 전 대표가 당의 사당화(私黨化)라고 비난했다는데 서 전 대표는 대선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다. 공천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당이 이렇게 된 데 대해 사과하고 책임진다는 자세를 가져야 옳다.
한나라당은 당을 해체할 각오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그러자면 분노한 민심부터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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