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 오류 논란을 빚고 있는 '2004학년도 중등교원 임용시험' 특정문항(동아닷컴 12월 9일자 보도)에 대해 '문제 없음'이라고 주장하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17일 오후 갑자기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응시자 전원에게 3점 만점을 주기로 결정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물리전공 6-2번 문항의 출제의도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아, 수험생들이 잘못 해석할 수가 있다"면서 "응시자 모두 3점 만점으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지난달 30일 실시한 임용시험에서 물리전공 6번문항으로 '물체가 미끄러지는 것을 전제로 승강기의 최소 가속도의 크기를 구하시오(아래 그림 참조)'라는 문제를 냈으나, 응시자들은 "물체는 결코 미끄러지지 않는다. 문제 자체가 잘못돼 정답이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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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원 임용시험 물리전공 문제 오류 논란 |
하지만 평가원은 지난 16일까지도 "논란이 된 6번 문항의 정답은 바로 '미끄러지지 않는다'이며 응시자 30%가 그렇게 답을 썼다"면서 "이 문항에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평가원은 "동아닷컴의 보도 이후, 이 문항을 재검토한 출제위원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외부 물리학자들의 절반정도가 잘못된 문제라고 지적했다"면서 "다시 물리학회, 물리교육학회 등에 의견을 구한 결과 문항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평가원이 문항의 적절성 여부 판단을 의뢰했다는 한국물리학회 사무국에서는 "16일 오후까지 이같은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지난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사상 첫 복수정답 인정, 부적절한 출제위원 선정 등으로 공신력이 손상된 평가원이 또 다시 '출제 오류'라는 비난을 받을까봐 무리한 결론을 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끄러지기 위한 가속도를 구하라는 문제의 정답을 '미끄러지지 않는다'라고 한 것은 본래 정답이 아닌, 이번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새로 바꾼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평가원은 당초 문제가 잘못됐음을 지적했던 H대 A(물리학)교수가 "정답이 '미끄러지지 않는다'가 맞다면 문제의 문항은 출제 의도를 제대로 못살린 것"이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역학을 얼마나 이해했는가를 테스트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평가원 관계자도 "솔직히 사려깊게 출제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실수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응시자 모두를 정답처리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평가원이 뒤늦게 출제 오류를 인정한 것에 대해 "아직도 출제위원들은 문항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평가원 내부에서도 문제가 언어적으로 분명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며 전원 만점처리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임용시험에 응시했던 D씨는 "초등학교에서도 시험이 끝나면 정답을 공개하는데, 평가원이 정답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자신들만의 편의주의"라며 "물리전공의 정답이 '미끄러지지 않는다'라니 어이가 없고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평가원은 객관식으로 출제되는 교육학·특수교육학 시험의 정답만을 공개할 뿐 주관식인 나머지 전공시험의 정답은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임용시험에서도 수학과 교육학에서 잘못된 문제를 출제했던 평가원이 올 수능시험에 이어 임용시험에서도 출제오류 논란에 휩싸인 만큼, 평가원 주관 시험의 출제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전공 6번 문제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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