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뜻하지 않은 화재로 그나마 몸을 의지해온 간이 컨테이너숙소가 불타버렸던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의 아동복지시설 ‘선재동자원’ 아이들은 연말이 행복하다. 천신만고 끝에 봄에 착공한 방 10여개의 3층짜리 콘크리트 숙소 건물이 거의 완공돼 최근 입주했기 때문. 불에 타버린 숙소 대신 난방도 되지 않는 식당이나 텐트에서 새우잠을 자야 했던 아이들은 가을부터 감기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이제 제대로 된 숙소가 생긴 아이들은 우선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할 수 있게 돼 안도하고 있다.》
새 숙소가 지어지기 전에는 아이들 74명이 화장실 1개를 사용했다. 이제는 화장실도 3개로 늘었고 샤워시설이나 좌변기도 화장실마다 3, 4개로 늘었다.
50여평 되는 식당에 함께 모여 살던 아이들은 이제 그룹별로 방에 삼삼오오 모여 지낼 수 있게 됐다.
새 숙소는 아직 공사가 완전히 끝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가구도 없고 배선이나 물탱크 등 손볼 데가 많지만 아이들은 마냥 기쁘기만 하다. 이처럼 새 숙소가 들어서기까지에는 시설 운영자인 지산 스님의 노력뿐 아니라 자원봉사자 후원단체 그리고 아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봄에 일은 벌여놓았지만 불경기로 여름부터 후원금이 3분의 1로 감소해 공사가 중단된 적도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간이숙소에 불까지 났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기 전 아이들이 잘 곳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공사를 밀어붙였다. 지산 스님은 건설사측의 사업자등록증을 들고 은행을 찾아가 억대의 대출을 받아냈다.
자원봉사자들과 후원단체 회원뿐 아니라 시설에 수용돼 있는 초등학생들까지 방과 후 직접 시멘트를 개고 벽돌을 날랐다. 시간이 흐르자 학생들도 미장일을 곧잘 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숙소 완공으로 행복한 아이들과는 반대로 선재동자원 운영진의 얼굴에는 시름이 가득하다. 당장 잘 곳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빚더미에 올라섰기 때문.
1990년 지산 스님이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맡아 키우면서 설립된 미인가시설인 선재동자원은 13년 만에 이제 겨우 복지시설이라고 불릴 만한 시설은 갖추었지만 경제적으로는 당장 겨울을 나기도 힘든 상태가 됐다.
지산 스님은 “억대의 건설비를 갚아야 하고 운영비도 동냥하러 다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연말이지만 후원자들에게서 들어오는 후원금이 계속 줄고 있어 74명의 기초생활비를 대기에도 모자란다. 반대로 여름 이후 맡아 키워야 할 아이들은 오히려 늘어났다.
지산 스님은 “대선자금과 관련해 나오는 ‘차떼기’니 ‘10분의 1’이니 하는 말들은 당장 70여 아이들의 생활을 책임진 나에게는 다른 세상의 얘기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을 관리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올해 모금된 성금은 지난해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선재동자원 031-876-2235, 농협중앙회 계좌 552-01-022751(예금주:선재동자원)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