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재정불안 문제로 한시도 조용한 적이 없었다. 이런저런 논란이 많지만 국민연금 재정불안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보험료 부담은 늘리고 지급하는 연금은 줄여야만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문제는 이렇게 할 경우 국민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선진국이 공적연금의 기금이 고갈될 때까지 제도 개선을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이유도 선거에서 불리한 결과를 의식해 정부와 정치권이 서로 책임을 미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우리 정부가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은 삭감하는 재정안정화 정책을 마련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물론 정부의 국민연금 개정안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나 시민단체들이 정부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국민도 이제는 연금재정 불안의 원인이 ‘저 부담, 고 급여’의 구조적 문제에 있으며 그에 대한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을 대체로 인식하는 듯하다. 결국 국민연금 재정안정 문제를 둘러싼 그동안의 첨예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감대가 서서히 마련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제 문제는 국회 통과다. 어렵게 마련된 공적연금 개선안을 국회는 심의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국회의원들의 이런 태도가 마치 계층간의 이견이나 갈등을 반영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이는 어렵게 마련된 문제 해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국회가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란을 유도해 상처투성이의 공적연금을 만든다면 이는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 재정불안 문제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움트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국회는 자칫 이 문제를 ‘필로스의 전쟁’ 꼴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마음을 갖고 있는 지 지켜봐야겠다.
김진수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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