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부천한일문화교류회 와타나베 미카씨

  • 입력 2003년 12월 21일 23시 58분


20일 오후 경기 부천시 소사구청 5층 대회의실.

부천시와 인근 인천, 서울 구로구 등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과 한국인들의 모임인 ‘부천한일문화교류회’의 송년회가 열렸다.

이날 일본 여성 2명과 부천시 소재 유한대 일본어학과 남학생 2명은 국경을 넘은 사랑 이야기로 각색한 연극 ‘성냥팔이 소녀’를 무대에 올렸다.

성냥팔이 소녀 역을 맡은 와타나베 미카(渡邊美香·42)가 부천역 앞에서 성냥을 팔다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저 세상에 있는 할머니를 쫓아 하늘나라로 가려고 하는 순간 한국인 청년이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고 두 사람이 사랑의 꽃을 피운다는 내용. 연극이 끝난 뒤 노래공연, 일본어퀴즈, 게임 등이 이어지면서 70여명의 회원들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와타나베씨는 “양국 국민이 따뜻하고 밝은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연극 내용을 꾸며보았다”고 소개했다.

연세대어학당에서 만난 한국인과 결혼한 뒤 1993년 한국에 정착한 와타나베씨는 이 단체의 창립 멤버로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 단체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이 불거진 1991년 7월에 만들어졌다.

“부천에 사는 일본인들끼리 한국 침략에 대해 사죄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해 뜻있는 일을 해보자고 다짐했지요. 그래서 2001년 8월 15일 경인전철 부천역 앞에서 기모노를 입고 큰 절을 올린 뒤 사죄문도 낭독했지요.”

이 단체의 정회원인 일본인 50명, 한국인 150명은 이를 계기로 다양한 문화교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어 무료 강좌, 월례 세미나, 통역 서비스, 급식소 자원봉사, 홈파티 등을 통해 양국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

문화교류 소식은 인터넷 홈페이지(www.kjcenter.com)에 자세히 올려져 있다.

통역 서비스의 경우 자매도시인 부천시와 일본 오카야마(岡山)시의 시민 대표단이 양 도시를 교환 방문하는 매년 5, 8월 회원 10여명이 통역 봉사자로 나서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 때도 통역 서비스를 행했다.

또 유한대 일본어 강사인 와타나베씨를 비롯한 일본인 5, 6명은 경인전철 부천역 앞 교보문고 세미나실, 송내2동사무소 등에서 일주일에 1, 2차례씩 무료 어학교실을 열고 있다.

매주 화, 금요일 낮 노인복지회관 2곳에서 행해지는 급식봉사에는 회원 3, 4명이 참가하고 있다.

회원의 집을 돌아가면서 방문해 일본 떡국이나 파전, 한국 김장김치 등을 맛보는 홈 파티도 매달 한 차례씩 열리고 있다.

와타나베씨는 “부천한일문화교류회는 인터넷 다음 카페에 등록해 네티즌 6000여명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 모임이 양국의 이해를 넓히는 가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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