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60·사진)가 정통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를 길러낼 ‘사회과학대학원’ 설립을 위해 정년을 5년 남겨두고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인문 사회계열에서 대학교수가 정년을 채우지 않고 퇴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 오 교수는 “더 이상 대학원 설립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측이 19일 오 교수의 퇴직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오 교수는 학기가 끝나는 내년 2월 학교를 떠나게 된다.
오 교수는 사회이론학회 한국산업노동학회 등 진보적인 학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1992년 대선 때는 백기완 민중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이론영역뿐만 아니라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이었다.
오 교수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마르크시스트들이 상지대 성공회대 한신대 등을 중심으로 학계에 진입했지만 뿔뿔이 흩어진 채 제도권에 흡수돼 후학을 길러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2005년 9월 개교 목표인 사회과학대학원은 ‘정부나 자본에 예속되지 않는 대안학교로서 사회 발전을 위한 진보 논리를 만드는 것’이 창설 이념이다. 오 교수는 “프랑스 68혁명의 성과로 진보적 지식인들이 주도해 설립한 파리 8대학이 모델”이라며 설립 및 운영자금은 국민모금 형태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과학대학원은 학부과정 없이 대학원만 있는 단설 대학원. 학부과정은 대학원 운영 성과를 보아가며 개설할 계획이다. 교과 과정은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틀 안에서 분과 학문을 넘어 주제 중심의 학제간 연구로 구성된다.
대학원 설립에는 오 교수 외에 김진균 전 서울대 사회학과,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김수행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의 일부 회원이 참여한다. 내년 3월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4월부터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대중적인 설립 운동을 벌일 계획.
올 한 해 한국사회를 달군 진보 대 보수 논쟁에 대해 오 교수는 “큰 틀에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 진영도 진보를 가장한 수구세력일 뿐이며, DJ 정권과 노 정권 모두 신자유주의의 2중대”라고 평가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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