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유해정보는 IT선진국 걸림돌…陳장관 기고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26분


붉은 악마, 촛불시위, 2002 대선에서부터 최근의 ‘얼짱’ 신드롬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이 보여주는 힘은 가히 혁명적이다. 이는 세계적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인의 일상 가운데 인터넷이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소수가 독점해 온 정보’가 ‘함께 나누는 정보’로 변화하는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체험했다. 정보민주주의의 발전이었다.

이와 더불어 지금껏 문화의 소비자로만 인식돼 온 대중은 문화의 생산자로서 전면에 등장했고, 이들은 분명한 자기 목소리로 여론주도층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물이 그렇듯, 인터넷 역시 밝은 면 뒤에 어두운 면이 있었다. 최근 미국의 한 경제전문지는 한국을 ‘이상한 네트워크 세상(Weird Wired World)’이라고 비꼬았다. 빠른 속도로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쾌락 섹스 범죄 등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국가가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국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 이상이 인터넷을 ‘TV보다 더 해로운 매체’로 인식했다 한다.

정말 인터넷은 욕망의 배설구라도 된 듯하다. 게임 중독, 익명을 악용한 폭언과 비방 속에서 시민사회의 역량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이 진정한 IT 강국으로 가는 길을 막고 선 저 높은 장벽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을까.

정부는 인터넷의 부작용과 역기능에 대처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누구나 믿을 수 있는 깨끗한 사이버공간을 만들기 위해 6월에는 음란메일 스팸메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결과 1인당 평균 스팸 메일 수신 건수가 약 40% 감소되는 소득을 거두기도 했다.

특히 동아일보와 공동으로 벌여 온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은 불건전 정보의 폐해와 예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종 유해정보는 온라인 세계를 더럽히고 있다. 이 같은 일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재발과 소멸을 반복할 것이다. 이제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은 일단락 짓지만, 정부는 건전한 사이버문화 확립을 위해 민간, 사업자, 네티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기업도 건전한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네티즌 또한 사이버 공간의 주인으로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체득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의 주인인 네티즌과 기업, 언론,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이 없다면 정부의 지원도 무의미할 것이다. 사이버 공간은 공권력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IT 강국’ 한국은 이제 ‘IT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IT 강국 명성에 걸맞은 도덕성을 확립해 인터넷과 관련한 세계의 규범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인터넷 문명국가가 될 것인가, 인터넷만 있고 문명은 없는 변방 국가로 남을 것인가.’

우리 모두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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