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먹었는데…. 잊지 않고 또 챙겨줘서 고마워요.”(노인)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3동 1052 중흥마을 주공아파트 주민들은 매년 가을이면 수확의 기쁨을 맛본다.
주민들은 2001년 4월부터 단지 내 자투리땅에 감나무를 심는 ‘감나무골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단지에서 자라는 감나무는 현재 60여 그루로 각 감나무에는 관리담당자를 알리는 주민의 이름표가 달려 있다. 주민 1, 2명이 감나무 1그루씩을 맡고 있다. 주렁주렁 열린 감이 빨갛게 익으면 이를 수확해 모든 주민이 나눠 먹는다.
“취미 삼아 몇 명의 주부가 채소 가꾸기를 시작했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단지에 있는 모든 자투리땅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있어요.”
봄이면 부녀회 소속 주부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이 아파트에 사는 노인들에게 나눠줄 약재용 호박과 고추, 상추, 가지, 쑥갓 등을 각 동(棟)마다 있는 5평 남짓한 텃밭에서 재배하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조롱박과 제비콩 등의 넝쿨이 아파트 외벽을 타고 오르면서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이 초록빛으로 바뀐다.
이 아파트 단지는 10월 부천시가 주최한 ‘푸른 녹색단지 조성사업’ 평가에서 최우수상인 부천시장상을 받았다.
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동 대표는 주민에게서 공동체 생활개선 및 관리비 절감을 위한 의견을 수렴한 뒤 매달 열리는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낸다.
1월 주차난이 심해지자 단지 내 도로와 인도를 연결하는 주차턱받이를 고안해 주차공간을 79면 늘리는 등 지금까지 주민을 위해 28건의 사업을 추진했다.
부녀회는 바자회와 알뜰시장 등을 운영해 모은 수익금으로 노인정의 살림을 꾸리고 동사무소가 추천한 결식아동과 혼자 사는 노인 등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관리사무소 건물에 주민이 무료로 이용하는 헬스장과 배드민턴장 등을 설치하기도 했다.
매년 가을 아파트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체육대회에는 주민 1000여명이 참여한다. 주민들은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고 실력을 겨루면서 화합을 다진다.
입주자대표회의 채영세 회장(43)은 “삭막한 아파트 단지에 나무를 심으니 어린이들의 표정까지 밝아졌다”며 “내년에는 꽃밭 조성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주택공사가 지어 1995년 5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16∼26평형 7개 동, 863가구로 구성돼 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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