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과 9월 각각 완공될 두 청사는 ‘울산의 진산(鎭山·도시의 뒤쪽에 있는 큰 산)’으로 불리는 함월산(해발 220m) 중턱에 남향으로 건립되고 있어 태화강 등 시가지가 잘 내려다 보인다.
교육청은 25년 전에 건립된 남구 신정동의 현 청사가 좁아 2001년 10월부터 350억원을 들여 8900여평에 지하 2층, 지상 8층(연면적 8900여평)의 신 청사를 짓고 있다.
1997년 울산광역시 승격과 함께 개청된 울산지방경찰청도 남구 삼산동 가건물을 임시 청사로 사용하다 지난해 7월 220억원을 들여 1만1000평에 지하 1층 지상 9층(연면적 5500평)의 신 청사를 착공했다.
시민 편의시설을 갖춘 두 청사가 완공되면 대민 서비스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민들이 많다.
그러나 “그동안 ‘시민 위에 군림한다’는 지적을 가장 많이 받아온 교육청과 경찰이 하필이면 시가지와 떨어진 곳에, 그것도 산 중턱에 신 청사를 지어야 했는지…”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민들 또한 적지 않다.
집 근처에 고교를 두고도 시내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등하교하는 불합리한 고교배정이 매년 반복되지만 시 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제도개선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시 교육청은 또 현 청사의 집기가 멀쩡한데도 신청사의 사무실 집기 구입비로 2억2000만원을 책정했다가 비난여론이 일자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다. 예산부족을 이유로 일부 학교의 건립조차 미루고 있는 교육청이 신청사 간부 사무실에 호화집기부터 채우려는데 어떻게 지금보다 나아진 교육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의문을 낳고 있다.
경찰 또한 마찬가지다. 10월 29일 울산시의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40대 주부가 괴한 2명에게 납치돼 수백만원을 빠앗기고 풀려났지만 경찰은 은행 CCTV에 찍힌 범인의 사진을 확보하고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경찰청사 주변인 삼산과 달동 주변 유흥업소와 원룸아파트 등에서 강력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지만 경찰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몸’은 비록 높은 곳에 있지만 ‘마음’만은 지금보다 훨씬 낮춰 시민 위주의 행정을 펼쳐줬으면 하는 것이 시민 대다수의 바람이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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