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동초등학교의 홍성목(洪性穆·49) 교사는 처음 교편을 잡은 75년부터 29년째 제자들의 이름과 신상명세, 연락처 등을 기록하고 있다. ‘제자록’이라고 이름 붙은 이 대학노트 두 권에는 이제 1500명의 기록이 쌓였다. 홍 교사의 29년 교직생활을 총결산하는 데이터베이스인 셈.
홍 교사가 교직 진출을 결심한 계기는 60년대 말 인기를 끌던 라디오 드라마 ‘섬마을 선생’ 때문이었다. 주인공의 삶에 감동한 홍 교사는 인천교대를 졸업하던 해 낙도학교 부임을 자청했고, 첫 발령지가 인천 옹진군 영흥도의 섬마을 초등학교였다.
늘 그랬듯이 자신이 맡은 학급의 아이들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학생들로 만드는 것이 그의 꿈. 그래서 늘 새로운 교육방법을 실험한다. 매달 말 학생들에게 짝이 되고 싶은 ‘남자 셋, 여자 셋’ 명단을 받는 것은 TV시트콤을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
“자연스럽게 누가 인기가 좋은지, 교우관계에 문제가 있는 아이는 없는지 알게 됩니다. 아이들을 지도할 때 많은 도움이 되죠.”
수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과목은 역사와 체육. “역사를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은 현명해집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은 교훈을 얻거든요. 또 우리 반은 여자애들도 축구를 제일 좋아해요. 남녀 구분 없이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게 하죠.”
홍 교사가 볼 때 수업만 끝나면 아이들이 영어, 수학, 컴퓨터, 피아노 학원 등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너무도 안타깝다. “예전엔 방과 후에도 학교에 남아 공부도 더 하고 놀기도 했는데…. 하지만 여전히 많은 선생님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제도를 잘 고치면 공교육도 충분히 살아날 수 있습니다.”
부천=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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