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폭탄주 강요 상사 몰아내라"

  • 입력 2003년 12월 24일 11시 54분


'한국은행의 직원 부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네티즌이 "폭탄주를 강요하는 남편의 상사를 몰아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서 한은 내부에서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josua' 필명의 네티즌은 최근 한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한은 총재님께 눈물로 호소합니다'는 글에서 "연말을 맞아 직급이 높은 사람이 권하는 술 때문에 남편의 간이 상해가는 것을 보면 그대로 있을 수가 없다"고 적었다.

그는 "상사가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나쁘면 나쁘다고 권하는 술까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2차 3차 계속 몰고 다니며 새벽까지 남편을 붙잡고 있을 필요까지 있느냐"고 따졌다.

또 "직급이 높은 상사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주는 술을 받아 마시고 힘들어 하는 남편을 보는 아내의 심정이 너무 괴롭다"고 그는 적었다.

이 네티즌은 "부하 직원들에게 개인적인 이유로 술을 먹이는 상사가 있다면 '직급을 낮춘다'고 으름장을 놓든지 차라리 몰아내 달라"고 박승 한은총재에게 호소했다.

한은측은 본인의 신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네티즌의 글을 '진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곤혹스런 표정이다. 또 일부 술버릇이 나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수많은 술자리까지 시시콜콜 규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간부는 "요즘 세상에 하급자를 새벽 2시 3시까지 끌고 다니며 술을 먹일 상급자도 없겠지만, 상사가 강요한다고 따라다니며 폭탄주를 넙죽넙죽 받아 마실 하급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직원은 "그 네티즌의 남편이 다른 친구들과 마시고 둘러댄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직원은 "조직 내에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직원 10여명이 중병으로 투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음주를 권하는 조직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신원이 확실치 않는 네티즌의 글을 놓고 조직 차원에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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