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모 부대의 이등병 이기봉(李奇俸·29)씨는 99년 이후 4차례 사시에 응시, 2002년 1차 시험 합격에 이어 올해 2차 시험을 치른 뒤 8월 입대했다. 그는 자대 배치 두 달 만인 2일 2차 합격 사실을 알고 9박10일의 특별 휴가를 받아 군복 차림으로 3차 시험에 응했다.
이씨는 “부모님이 힘든 노동일을 하면서 학비를 보태줘 항상 마음 아팠다”면서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기뻐하시는 것을 보고 비로소 빚을 던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보다 서울대 법대를 1년 먼저 졸업한 해군 유영무(柳榮戊·34) 소령도 사시에 합격해 군 법률담당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유 소령은 “우선 법학 공부의 기회를 준 해군에 감사드린다”며 “사법시험 첫 응시에서 1차, 2차, 3차 시험을 모두 붙어 기분이 더욱 좋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의 금오공고를 졸업한 유 소령은 사실 해군사관학교 입학 후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나 해군의 위탁교육자로 선발되면서 법률공부를 시작했다.
유 소령은 “어떤 분야든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마침 대학 위탁교육자 선발 대상이 법학과였다”며 “다른 군인들과 달리 군 업무를 하지 않고 공부에만 매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군은 그에게 서울대 법학과 학사과정에 이어 고려대 법학대학원 법학과 석사 과정까지 밟도록 허락했다.
유 소령은 “사법시험과 졸업논문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 뒤 “앞으로 해군의 대민 관련 법률 문제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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