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금리인하 반발 움직임에 비난 여론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8시 26분


대학생 김모씨(22)는 올 2월과 8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교의 주거래은행에서 각각 300만원씩 600만원을 빌렸다.

대출금리는 연 9.5%이지만 이자의 절반(연 4.75%)은 국가가 대신 내줘 결과적으로 연리 4.75%로 싸게 돈을 빌린 셈이다. 상환도 졸업한 뒤 7년 동안 나눠서 하면 된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와 시중은행이 학자금 대출 금리를 놓고 실랑이를 벌여 김씨는 내년 2월에도 학자금을 빌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교육부가 학자금 대출금리를 낮추라고 통보하자 시중은행이 아예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시중은행의 힘겨루기=학자금 문제는 신용불량 및 가계부채 증가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파생됐다. 학부모들의 생활형편이 어려워져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대학생이 늘어난 것.

교육부는 대출금리를 8.5%로 1%포인트 낮추어서 국가재정의 추가부담 없이 더 많은 학생에게 대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은행들이 저금리시대를 맞아 연 4% 이하의 낮은 금리로 돈을 조달해 높은 대출이자를 받아 온 만큼 조금 이익을 덜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은 교육부가 학자금 대출의 연체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중은행의 대출담당자는 “보증인인 부모의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부모가 신용불량자가 되고 학생들도 졸업 후 일자리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으로선 빌려준 돈을 떼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들의 학자금 대출 연체율은 금액기준으로 6.53%로 은행의 일반신용대출(최고 3%선)보다 훨씬 높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오히려 이자를 올려야 한다는 게 은행측의 주장이다.

교육부는 은행들이 보증인을 세우거나 대출금의 80%를 고객부담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은 보증인이 돈을 갚을 수 없으면 그대로 부실이 되고 보증보험도 나머지 20%의 위험을 떠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학자금 대출은 계속될 전망=2004년 학자금 대출을 받아 공부해야 할 학생은 교육부 추산으로 28만5000여명. 또 대학교는 은행이 무시할 수 없는 큰 고객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으름장을 놓는 것처럼 학자금 대출을 중단하는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일단 올해 말까지 정부가 관련 예산안을 확정한 뒤 은행들과 협상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을 산정하는 데 쓰인 대출이자율은 연 9.0%다.

일부 은행들도 △정부부담 이자율만 0.5%포인트 낮추고 학생부담 이자율은 현재대로 유지해 이자율을 연 9.0%로 낮추는 방안 △정부안대로 이자율을 낮추되 보증보험 비율을 100%로 올리는 방안 등에는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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