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아동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끼의 불편한 식사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따뜻한 배려다. 그러나 일부 교사가 급우들이 보는 앞에서 ‘식권’ 운운함으로써 해당 학생이 결식아동임을 은연중 공개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무심코 이뤄진 일이었겠지만 결식학생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들도 결식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써줘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치심 때문에 아예 식당가기조차 꺼리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지원만 확대되면 결식아동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매우 안이한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본인들 입장에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와 학교도 결식학생에 대해 그야말로 물심양면에서 지원하려고 보다 노력해야 하며 사회도 ‘돌보아야 할 이웃’으로 포용해야 한다.
초중고교의 결식학생은 전국적으로 3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기악화로 인해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중에는 일부러 지원을 받지 않으려는 학생도 있고, 정부가 정한 지원 기준에 미달해 대상에서 제외된 학생도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결식아동의 실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하고 지원 대상을 최대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주부터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굶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사회구성원들이 결식학생들을 진정 포근한 마음으로 감싸 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사회의 그늘’을 줄이는 데 동참하는 일이다.
홍찬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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