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식아동을 보듬어 주자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8시 20분


결식학생들에게 겨울방학은 참으로 춥고 힘든 계절이다. 방학 동안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학교에서는 이들에게 식권을 나눠주고 지정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도록 하는데 이런저런 사유로 마음의 상처를 입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식아동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끼의 불편한 식사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따뜻한 배려다. 그러나 일부 교사가 급우들이 보는 앞에서 ‘식권’ 운운함으로써 해당 학생이 결식아동임을 은연중 공개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무심코 이뤄진 일이었겠지만 결식학생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들도 결식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써줘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치심 때문에 아예 식당가기조차 꺼리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지원만 확대되면 결식아동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매우 안이한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본인들 입장에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와 학교도 결식학생에 대해 그야말로 물심양면에서 지원하려고 보다 노력해야 하며 사회도 ‘돌보아야 할 이웃’으로 포용해야 한다.

초중고교의 결식학생은 전국적으로 3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기악화로 인해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중에는 일부러 지원을 받지 않으려는 학생도 있고, 정부가 정한 지원 기준에 미달해 대상에서 제외된 학생도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결식아동의 실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하고 지원 대상을 최대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주부터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굶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사회구성원들이 결식학생들을 진정 포근한 마음으로 감싸 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사회의 그늘’을 줄이는 데 동참하는 일이다.

홍찬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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