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이강원·李康源 부장판사)는 29일 의부증을 견디지 못한 남편 A씨(42)가 아내 B씨(40)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A씨는 B씨에게 재산 중 1억5000여만원을 주고 이혼하되 A씨가 아내에게 제기한 위자료 청구는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거 없는 의심을 계속한 부인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고 이로 인해 남편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명백하기 때문에 A씨의 이혼 청구는 정당하다”며 “그러나 아내의 의심이 의도적인 것이 아니고 의부증은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병이므로 아내에게 위자료까지 내라는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
1991년 A씨와 결혼한 B씨는 A씨의 차 내부가 깨끗하면 “어떤 여자가 세차를 해주었느냐”고 추궁했고, A씨가 건강을 위해 수영장에 다니면 “여자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라며 트집을 잡는 등 의부증 증세를 보여 왔다.
이어 B씨가 수시로 A씨의 휴대전화 통화명세를 검색해 모르는 번호가 있으면 통화상대방에게 확인전화를 하는 등 증상이 심해지자 두 사람은 2001년 11월 협의 이혼했다.
그러나 B씨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겠다”고 해 두 사람은 혼인신고 없이 당분간 동거하는 데 합의했다.
재결합한 뒤 B씨는 남편 신분증으로 몰래 혼인신고를 했고, A씨는 나중에 이 사실을 알았지만 문제 삼지 않고 부인을 정신과에 데려가 치료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B씨가 병원의 치료 권유를 거부해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됐고,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혼인무효확인 및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하고 B씨도 맞소송을 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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