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지하철-버스 거리비례 요금제

  • 입력 2003년 12월 29일 18시 38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 대중교통요금체계 개편안’은 이용한 거리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정연은 현행 균일요금제를 고수할 경우 매년 지하철은 21%, 버스는 6% 정도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교통수단에 관계없이 기본요금에다 더 간 거리만큼 추가요금을 내는 통합거리비례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수익자 부담원칙에 부응하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하지만 장거리 이용자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준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요금 현실화 필요=지하철은 승객 1명당 414원의 적자를 보고 있으며 버스업체는 매년 수십개가 도산하고 있다. 또 매년 요금인상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는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게 이용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재 버스요금은 양천구 신월동에서 강동구 둔촌동까지 32.9km를 가도, 동작구 대방동에서 영등포구 여의도까지 5.7km를 가도 700원이다.

지하철은 3호선 압구정역에서 국철 신이문역까지 10.8km를 가는 데 800원, 2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잠실역까지 24.2km를 가는 데 700원이다.

이는 여태까지 단거리 이용자가 요금을 더 내서 장거리 이용자에게 보조를 해 준 셈이라는 것이 시정연의 설명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용거리에 따라 요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오르나=개편안대로 시행될 경우 단거리 이용자의 요금은 지금과 비슷하지만 장거리 이용자의 요금은 2∼3배 오른다.

대방동에서 여의도까지의 버스요금은 850원으로 오르지만 신월동에서 둔촌동까지 가려면 1900원을 내야 한다.

또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 국철 신이문역까지의 지하철요금은 1000원으로 오르지만 2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잠실역까지는 1650원으로 인상된다.

이에 대해 장거리를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ID ‘가난한 가장’은 “많은 직장인이 서울 주변의 신도시에 살고 있는데 요금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경기 안양시 평촌에서 광화문까지 출퇴근하는 정모씨(40)는 “하루 대중교통요금이 왕복 4000원 정도 된다면 차라리 차를 몰고 다니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정연 김경철 선임연구원은 “장거리 이용자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본요금을 조금 더 올리고 대신 150원에서 시작해 거리가 멀수록 추가요금을 현재보다 더 깎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개편안에 대한 여론수렴을 거친 뒤 내년 초 요금체계개편안을 확정해 7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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