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카드설계사를 하면서 빚을 지게 되자 일용직 노동자로 변신해 하루에 2, 3일치의 일을 하는 등 악착같이 살았다.
너무 힘들어 한강다리 위에도 서보는 등 3번이나 심각하게 자살을 고려했지만 끝내 참고 견뎌 모든 빚을 갚을 수 있었다.
김씨는 이젠 돈이라면 지겹다 못해 쳐다보기도 싫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차떼기로 돈을 받았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왔을 때 여의도 한나라당사로 사과상자 40개를 실은 트럭을 몰고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씨는 “자꾸 욕심을 내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걸 6년간 신용불량자로 지내며 깨달았다”며 “먹고 살 만큼만 돈이 있으면 만족”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불합리한 신용불량자 제도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새해에는 개인회생제도인 신용회복법이 꼭 제정되길 바라고 있다.
▽대출 담당의 단상=국민은행 마포역지점에서 영세민 전세자금, 근로자주택자금대출을 담당하는 김용수(金龍洙·42) 세일즈팀장은 “우대 금리로 VIP실에서 돈을 빌린 사람도 많아졌지만, 신용불량자이거나 ‘돌려막기’를 하던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더욱 힘들었던 한 해였다”고 회고한다.
“9월쯤 신용보증기금 재원이 고갈되면서 서민대출이 어려워지자 창구에서 욕을 많이 먹었어요. 직원을 붙잡고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도 매일 꼭 있었고….”
경기가 나빠지자 김씨는 팀원들과 함께 한 달에 2, 3번 쉬는 토요일에도 출근해 연체자를 상대로 대출상환을 독촉하러 다니기도 했다.
“2000만원 정도 빚을 진 40대를 찾아 구로동 다세대주택의 단칸방에 갔는데 돈 갚으라는 말도 못 꺼내고 라면박스를 주고 나온 적이 있었죠. 가족은 이미 다 도망가 버렸고 혼자 남은 아저씨가 병색이 완연했습니다. 팀원들도 이런 경험 다 있습니다.”
김씨는 새해에는 서민들이 돈에 치이지 않고, 행복과 화목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또 속의 사람들=안분순(安粉順·39)씨는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로또복권판매점을 운영한다. 8월에는 1등 당첨자를 배출, 이름모를 구매자에게 ‘50억원 대박’을 선사하기도 한 안씨는 3등 당첨자(6개 숫자 중 5개를 맞힌 사람)를 바라보는 심정이 착잡했다고 한다.
“3등이 되신 분들은 수백만원을 받지만 기쁨보다는 안타까움과 괴로움을 가장 먼저 표시하더군요.”
당첨 전이라면 무슨 말을 못할까.
“다들 그러세요. 1등 되면 우선 대궐같이 좋은 집 한 채 사고, 그 다음엔 이웃돕기 성금으로 최소한 몇억원은 낼 거라고….”
초기에는 10만원씩 하루도 빼놓지 않고 로또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지만 요즘은 점점 ‘정상적인 복권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안씨는 말한다.
“1만원이나 2000원이나 확률상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여러장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어요.”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