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에 막혀 복지시설 3년째 못지어”여수시청 국장 단식

  • 입력 2003년 12월 30일 18시 29분


한 지방자체단체 간부가 주민들의 님비(NIMBY) 현상에 항의해 4일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전남 여수시청 김태훈(金泰勳·56) 환경복지국장은 여수시가 3년 전부터 추진한 노인요양원 건립 사업이 주민 반발에 부닥치자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27일부터 여수시 S병원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 중 단식을 시작한 김 국장은 30일 “복지시설을 혐오시설로만 여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주민에게 항의하는 농성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노인요양원은 치매나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 여수시는 지난달 화양면 이천리 인근 1750평을 최종 후보지로 결정했다. 후보지 결정 직후 환경복지국장으로 발령 난 그는 이천리에 살다시피 하며 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주민들은 인근 부랑인 수용시설과 요양원에서 나오는 오폐수로 인근 패류 양식장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며 지난달 19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 국장은 내년 2월까지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면 국비 10억원 등 24억원의 사업비를 반납할 처지에 놓이자 결단을 내렸다.

김 국장은 “일부 주민들의 동의서만으로 사업을 강행한 시의 잘못도 없지 않다”면서 “공무원이 행정이 안 되니 억지를 부린다는 식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의 단식 소식을 들은 이천리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김 국장 개인에게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며 단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투쟁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님비는 혐오시설물을 자기고장에 설치하지 말라는 주민들의 이기적인 반대운동.

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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