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장 ‘홧김 방화’ 4명 사망…술공급 끊기자 앙심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7시 13분


막걸리 도매업자가 술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막걸리 공장에 불을 질러 4명이 숨졌다.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10시50분경 전남 순천시 조곡동 막걸리 제조공장인 S주조 사무실에서 막걸리 도매업자 방모씨(52·순천시 덕월동)가 노숙자 2명과 함께 바닥에 휘발유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당시 사무실에서는 S주조 대표이사 김모씨(75) 등 회사 공동출자자 6명이 월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주주 이모씨(42) 등 2명은 급히 피했으나 대표 김씨와 또 다른 김모씨(60·모 고교 이사장) 등 4명은 사무실을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했다.

불이 난 사무실은 2개 사무실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철망이 쳐진 창문 이외에 탈출구가 없어 인명 피해가 컸다.

주주 이씨는 “회의를 시작한 지 20여분이 지났을 때 방씨가 20L짜리 휘발유통을 든 50대 중반의 남자 2명과 함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해 실랑이를 벌이던 중 방씨가 갑자기 1회용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방씨는 범행 직후 경찰에 자수했으나 노숙자 2명은 달아났다. 방씨는 공장 인근에서 노숙자 2명에게 1만원씩을 주고 휘발유통을 옮겨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방씨는 “막걸리 공급가를 내려달라고 공장측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한데다 내년부터 술 공급을 끊겠다는 통보를 받고 술을 마신 뒤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순천=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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