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전 치료비 없어 도망쳤는데…”

  • 입력 2004년 1월 2일 23시 23분


35년 전에 병원치료비를 내지 않고 달아났던 환자가 뒤늦게 병원비 40만원을 갚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일 인천 부평구 부평동 가톨릭대 성모자애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11시경 40대 여성이 찾아와 “심부름 왔는데 원장님께 전해달라”며 편지 한 통과 케이크를 안내원에게 맡겼다.

봉투를 열어 본 병원장 이숙자(세례명 아오스딩) 수녀는 현금 40만원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원장은 봉투 안에 든 편지를 읽고 나서야 그 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편지에는 ‘사죄를 드립니다. 저는 35년 전 생활고를 비관해 목숨을 끊으려 음독을 했는데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습니다. 저는 그 때 병원비를 낼 형편이 안 돼 도망쳤습니다. 이 돈이 병원이 베푼 은혜에 비하면 가당치 않지만 이제야 용서를 빕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 원장은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자신이 입은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 것은 우리 사회에 아직 정이 남아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병원측은 이 돈을 어려운 환자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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