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18일 부인(54)과 함께 의료법인 송년 행사에 참석해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16년 전 부도난 병원을 인수해 갖은 노력 끝에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박 이사장의 열정을 잘 알고 있던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퇴진 선언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박 이사장은 “병원이 3년 전부터 흑자로 돌아서면서부터 물러날 생각을 했다”면서 “이제 경영에서 손을 떼고 병원이 커나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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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병상 규모의 성심종합병원과 간호학원, 어린이집, 산후조리원 등을 운영하는 서구의료법인의 재산은 473억2000만원. 부채 64억원을 제외해도 400억원이 넘는다.
서구의료법인은 박 이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5명의 이사진을 새로 선임했다. 새 이사장에 류춘식 신경외과 과장이 선임됐다. 병원장과 부원장, 진료부장, 사무국장 등이 이사진에 참여했다.
전남 나주시에서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박 이사장은 가정 형편으로 어렵게 중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상경해 고학으로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 야간과 수도공대(홍익대 전신) 전기과를 마쳤다. 전기회사 봉급생활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전기회사와 전기자재공장 등을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으며 평소 꿈꾸어왔던 육영사업을 대신해 부도가 난 성심병원을 인수했다.
그는 “막 인수했을 때 병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경영이 엉망이었다”면서 “하지만 병원 가족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친절 경영’으로 흑자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한때 미국에서 의과대학을 다닌 큰아들(30)을 재단 이사로 병원 경영에 참여시킬 생각도 했지만 아들이 ‘의료법인은 아버지 개인의 것이 아니며 내 사업을 하겠다’고 고사해 크게 깨우쳤다”면서 “이제야 사회에 진 빚을 덜게 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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