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영도다리 철거 문제가 새해 벽두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롯데쇼핑이 2000년 옛 부산시청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107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를 짓기로 계획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역사성을 감안한 근대건조물 보존 주장과 일제강점기의 잔유물을 철거하고 새 교량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이 문제는 2002년 10월 부산시민 여론조사 결과 78%가 영도대교를 ‘보존해야 한다’고 답해 부산시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마무리되는 듯 했다. 롯데측도 이에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롯데가 ‘시민의 뜻’을 외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롯데측은 지난해 12월 29일 중구청 주관으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에 따른 교통영향평가(재협의) 설명회에서 ‘영도대교 철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영도대교를 보존할 경우 건설될 대체교량이 S자형으로 굽어지고 경사도도 높아 대형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게 롯데측의 설명. 또 현재 시 방침대로 너비 20m의 해안도로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영도대교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롯데측은 밝혔다.
물론 폭 215m의 구간에서 ‘S’자형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한 기업이 거액을 투자해 부산의 미래를 바꿔놓을 대역사를 추진하는데 영도다리 철거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롯데 측의 이번 주장은 철거를 선동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당초 결정된 ‘시민의 뜻’에 무언(無言)으로 대응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이다.
기존다리를 보존하면서 직선형으로 새 다리를 건설할 경우 롯데부지가 상당부분 잠식될 것으로 우려해 ‘S’자형으로 건설하려는 ’얄팍한‘ 의도도 엿보인다.
6일 오후 영도구청에서 열린 ‘영도대교 철거논의 중단’ 대책회의에서 시민들은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운 롯데 측의 부도덕성을 성토했다.
롯데가 부산을 근거지로 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이 같은 시민바램을 먼저 수용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그런 뒤 1934년 도개교(跳開橋)로 개통돼 광복과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국민의 애환이 서려있는 영도다리 이상의 기념비적인 제2영도다리를 건설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구독
구독 1
구독
댓글 0